한국인 4배 기부하는 미국인…美시민단체 감시기구만 200곳

임소연 기자
2020.05.18 16:50

[MT리포트-기부자는 알 권리가 있다]⑤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성역 가운데 하나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역할을 해왔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정의연 문제는 한일 관계, 역사 인식 등과 맞물리는 진영간 이슈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기도 하다.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 심각성, 개선점 등을 살펴봤다.
/사진=AFP

영국 자선원조재단(CAF)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이 10만 원을 벌어 평균 2000원을 기부할 때 한국인은 500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 액수가 아닌 기부 활동에 초점 맞춰 평가한 기부지수에서도 한국은 2010년 기준 153개국 중 81위에 그쳤다.

후원·기부에 인색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투명성'에 대한 낮은 신뢰다.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공시와 관련한 논란 외에도 비영리단체(NPO)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 문제가 일 때마다 기부 문화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미국 등 한국보다 후원·기부 문화가 잘 자리잡은 나라는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까.

미국, 수많은 NPO 평가·감시 기관
/사진=AFP

미국은 공익법인 조직을 평가하고 정보공개를 하는 기관만 200곳 가까이 된다. 대표적인 곳이 가이드스타와 채러티 내비게이터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 공시자료, 사업소개, 사회적 성과 등을 종합해 무료로 공개한다. 각 단체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기부자에게 알려 기부금 모집과 신뢰도를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가이드스타는 이렇게 낸 평가를 기반으로 각 단체에 금·은·동메달을 제공한다. 단체가 금메달을 받으려면 외부감사 자료와 재무정보뿐 아니라 성과, 효율성 등도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가이드스타도 2013년부터 국세청 홈택스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NPO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채러티 내비게이터는 매년 약 8000개 단체를 평가한다.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NPO를 비교 평가하는데, 단체에 등급을 매기진 않고 질적인 내정감사를 통해 단체만의 '수행성과'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16가지 지표를 통해 NPO들의 △재무건전성△책무성△투명성△효율성△수행성과 등을 평가한다. 2018년 기준 700만 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NPO 정보를 얻었다. 켄 버거 채러티 내비게이터 대표는 “평가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나 우리가 평가하는 단체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않으며 개인 기부자나 이사회 임원의 기부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과거 세대가 '선한 동기'만으로 기부했다면 이젠 '돈을 투자하고 행동해서 변화를 만드는' 차원에서의 후원·기부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단체를 찾고, 또 소개하는 체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NPO들은 후원받기 위해서라도 투명성을 제고하게 된다.

투명한 NPO에 '인증 로고'
/사진=ACNC

호주는 비영리 자선단체 공시자료를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엑셀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한다. 호주 국가자선기관 감독기구 자선&비영리위원회(ACNC)는 NPO 5만4000여 곳의 '날' 정보를 공개한다. ACNC 홈페이지를 연 16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대중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비영리단체에 ACNC 등록은 투명성 보증이다. ACNC에 등록된 NPO는 인증마크를 받는데, 사람들은 마크를 보고 '믿고 기부해도 되는' 단체로 인식한다. 이런 환경 덕에 호주인 10명 중 9명이 자선기관에 금전적·시간적·물질적 기부를 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2017년 ACNC 신뢰도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76%가 기관이 기금 사용내역을 투명히 공개하고 그 결과를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74%는 ACNC같은 NPO 감독기관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본은 NPO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지진 등 재난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NPO 역할이 대두됐으나 투명성 문제 때문에 여전히 기부금의 90%가 NPO가 아닌 '일본적십자사'에 모인다. 이런 배경에 2008년 비영리 공익단체 개혁이 이뤄졌다. 독립적인 3자 민간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익성 인정위원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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