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 버리고 중국몽·대국굴기 택한 시진핑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08.16 13:50

[MT리포트]늑대가 온다 ‘전랑(戰狼)’ 중국④

[편집자주]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거칠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일어서거나 이미 일어섰다(굴기)며 중화(中華)를 강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는 이미 충돌했고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불편해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중국은 세계과 화합(和)할까, 불(火)을 지르는 재앙(禍)을 불러올까.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후진타오 전 주석(왼쪽), 장쩌민 전 주석(오른쪽)과 함께 1일 베이징에서 신중국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01

'중국몽' 시진핑 시대에 버려진 유훈 '도광양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시대의 외교방침이었다.

신중과 절제를 덕목으로 한 이 유훈은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유소작위(有所作爲),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화평굴기(和平崛起)로 이어졌다.

장쩌민의 유소작위는 '할 수 있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이고, 후진타오의 화평굴기는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일어선다'는 의미다. 이들의 외교 키워드는 화합을 우선시 하고 외국을 비판하는데는 방어적인 의미를 지녔다.

그러던 것이 시진핑 주석이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섬)'를 내세워면서 중국의 태도도 달라진다. 시 주석이 2013년 초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이후 강국 노선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그의 저서 '프레너미'에서 "이때 중국이 '대국의 외교'에서 '대국 외교'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대국의 외교는 단순히 큰 국가의 외교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지만 대국 외교는 자국에만 신경쓰지 않고 다른 국가와 지역, 더 나아가 글로벌 문제에 대해서 간여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시 주석이 이같은 태세전환은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중국은 더 이상 도과양회를 외교 덕목으로 삼지 않게 됐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력을 무기로 패권국가 미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방치할 수 없었다. 중국을 견제해야한다는 공감대가 미국 내에서 발생했고 이는 두 나라의 격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주르허(중 네이멍구자치구)=신화/뉴시스】30일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 열병식이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개최된 가운데 중공중앙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시 주석이 이날 얼룩무늬 전투 위장복 차림을 한 것은 중국군이 실전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7.07.31

영구집권 길 연 시진핑, 美와 대결로 내부결속 강화 노렸나

일부에선 미중 대결의 원인이 시 주석의 영구집권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대결을 통해 국내적 단결과 강력한 지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 강력한 적이 만들어지면 내부적으론 배타적 민족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실제 시 주석은 취임 이후 줄 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면서 군사력을 강화했다. 2018년 3월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 주석 임기제한을 철폐하고 자신의 입지를 다지면서 장기집권에 나섰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런 노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을 불러 무역전쟁이 촉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전쟁범위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시 주석의 강경노선에 대한 내부적인 비난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시 주석이 덩샤오핑이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 스타일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린다. 마오쩌둥은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인물이다. 마오쩌둥은 끊임없는 싸움을 이겨낸 투사형 지도자다. 반면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국가로 자리를 잡은 중국을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워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에 집권을 했다. 이를 위해선 안정과 통합이 필요했다.

중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적이 외부로 바뀌었지만 시 주석은 마오쩌둥 주석처럼 끊임없이 투쟁하고 싸움을 하고 있다"며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과 다르다"며 "지금은 덩샤오핑 스타일의 타협과 개방이 필요함에도 마오쩌둥 스타일의 외교를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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