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11곳 3상 진행중

황시영 기자
2020.09.26 08:00

[MT리포트]백신이 겨눈 건 바이러스? 민심? ② 규제·절차 축소, 파격적 자금지원…美 "내년 4월 7억회 접종분 나올 것"

[편집자주] 3200만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100만명이 죽음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치료와 예방백신은 미로 속이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백신 개발이 후보자(트럼프-바이든)간 최대 쟁점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백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러스를 막을 뿐 아니라 민심을 추스르는데도 필수라는 백신 개발을 둘러싼 각국 현황을 뜯어본다.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미 상원에 제출된 코로나19 모형. 이날 미국 상원에서는 미 정부가 추진하는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 논의가 나왔다./사진=AFP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전세계의 유일한 희망은 '백신' 개발 및 보급이다.

통상 백신, 즉 항바이러스제(anti-virus) 개발에는 4~5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은 이례적 상황이다. 과거 신약개발에선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지원에다 규제와 절차도 축소하는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감염자 수 1위인 미국이 앞장서고 있다. 신속한 임상시험 허가, 임상 1·2상 동시 진행, 임상시험과 대량생산 동시 진행, 3상 완료전 백신 배포 방침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추적(Coronavirus Vaccine Tracker)에 따르면 전세계에 총 42개의 백신후보물질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또 최소 92개의 임상전단계 백신후보물질이 동물 실험을 거치고 있다.

이 가운데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곳은 △미국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학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테크 △미국 존슨앤존슨 △중국 칸시노 바이오 △중국 시노백 바이오테크 △중국 우한생명과학연구소 △중국 시노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 △호주 머독 아동연구소다. 여기에 24일 미국 생명공학회사 노바백스도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혀 총 11곳이 됐다.

백신 개발은 과학적 기초가 단단한 곳에만 가능하다. 자금력도 중요한 요소다. 수만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3상은 피실험자 1명 지원에도 투입되는 금액이 상당하며, 천문학적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안전성(safety)과 유효성(efficacy) 모두를 갖춰야 하는 백신 개발 전쟁은 한창 진행중이다.

/사진=AFP

美정부, 화이자에 19억달러 계약금 주고 1억+추가 5억회 접종분 구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은 미 대형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27일 동시에 각각 3만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NYT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2가지 버전의 백신후보물질에 대한 1·2단계 동시실험을 시작했다. 2가지 버전 모두 자원자들로부터 SARS-CoV-2(코로나19)에 대한 항체와 T세포로 불리는 면역세포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특히 BNT162b2로 불리는 버전이 열, 피로감과 같은 부작용을 상당히 적게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 물질을 갖고 2·3상에 돌입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4만4000명의 자원자 중 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일부 참가자들이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부작용을 보였다고 밝혔다. 일부 부작용은 모든 백신 개발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회사로부터 독립적인 데이터점검위원회가 언제라도 백신 연구 중단을 권고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고 화이자는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 19억달러의 계약금을 주고 오는 12월까지 인도될 1억개의 선량 및 5억개의 선량을 추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옵션권을 샀다. 일본 정부는 1억2000만회 접종분에 대한 계약을, 유럽연합은 2억회 접종분에 대한 구매계약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맺었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서비스 무역 교류회(CIFTIS) 행사에서 공개된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사진=AFP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했다며 시험을 중단했다가 영국과 브라질에서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백신 개발에서 부작용 보고는 통상적인 일이며, 오히려 신속하게 이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더나는 현재까지 부작용 사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스티븐 벤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잠정 결과가 11월 중 나올 것이라 말했다.

NYT에 따르면 모더나는 미 정부 지원금 10억달러를 받아 메신저 리보핵산(mRNA)기반 백신을 개발중이다. 지난달 11일 미 정부는 모더나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1억회 접종분을 받기로 하고, 15억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여기에 존슨앤존슨은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JNJ-78436735)에 대해 최종 임상시험인 3상을 시작했다고 23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등 215개 의료기관에서 성인 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노바백스는 18~84세 사이의 환자 1만명을 대상으로 향후 4~6주에 걸쳐 3상 시험을 진행한다. 회사 측은 시험 참가자 가운데 4분의 1은 노년층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또 바이러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소수 인종에게 시험 등록 우선 순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AP/뉴시스]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실험용 스푸트니크 V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보인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위약 조절(placebo-control)이 가능한 4만 명의 무작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이 백신에 대한 시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07만3849명, 사망자는 1만8785명으로 집계됐다. 2020.09.16.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화이자 본사/사진=AFP

美 "11월 5000만회, 내년 7억회 접종분 백신 나올 것"

미국은 백신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하에 백신 연구개발 지원과 백신 물량 선주문에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라는 거액을 쏟아부어 신속한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개발'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어 완성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3일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에 출석해 "11월에 5000만회, 12월 말까진 1억회 접종분의 백신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진 총 7억회 접종분의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같은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국민 전체가 접종을 끝내는 건 4~6월, 어쩌면 7월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코로나19 백신 등의 개발·출시가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린 정치가 아닌 과학을 지침으로 따른다"면서 "FDA는 우리 가족들에 접종하기에 불안할 것 같은 백신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고속 작전'을 이끄는 몬세프 슬라우이 수석 고문은 NPR과 인터뷰에서 "11월 전에 백신이 배포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슬라우이 고문은 "연말 전까지는 백신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firmly believe)"면서 "70세 이상 노인과 전염병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 등 가장 높은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예방할 수 있는 양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위치한 모더나 본사/사진=AFP

코로나 진원지 오명벗으려는 中, 자체 백신 '안전성' 홍보

중국이 이르면 오는 11월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대내외에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을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 시노백은 24일 오후 주요 외신들을 베이징의 자사로 초청해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생산, 국제 협력 상황을 설명하고 품질 제어 실험실을 공개했다.

시노백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개시했으며 일부 동남아 국가와 터키에서도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시노팜 역시 지난 7월 중순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지난달 바레인에서 각각 3상 시험에 돌입했다.

현재 시노백, 시노팜 등 중국 제약회사들이 임상 단계에 돌입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은 11종이다. 이가운데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간 것은 4종이다.

시노백과 시노팜이 임상 중인 코로나19 응급 백신을 사용한 건수는 10만건을 넘어섰다. 의료 종사자와 해외 노동자, 백신 산업 종사자 등에게 백신을 접종했으며, 아직 부작용이 나타난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지난 6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서비스 무역 교류회(CIFTIS)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로 명명된 러시아의 첫 백신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판될 예정이라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3상을 완전히 건너 뛰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는 상태다.

유럽·미국·아시아 과학자 27명은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관련없는 면역세포들이 다수의 피실험자에서 동일한 반응을 냈다"면서 "러시아가 제시한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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