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의 마진콜 사태에 어떻게 빨리 대처했느냐가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를 갈랐다. 물려있는 상황은 같았지만 사태를 빨리 파악해 포지션 정리를 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보다 큰 손실을 면했고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는 미적거리다가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 5배 레버리지 위험 투자…작은 리스크가 디폴트 불러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26일 골드만삭스 등이 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과 미국 미디어 회사 주식들을 블록 트레이딩 형태로 강제처분하면서 아케고스 펀드의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빌황은 약 1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레버리지를 이용해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강제 처분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담보로 제시한 주식 등의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주로 이뤄진다. 증권사는 일단 전화를 걸어 담보가치가 부족하니 벌충하라고 요구한다(마진콜). 해당 투자자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기존 담보 주식을 처분한다.
CNBC방송에 따르면 아케고스 파산은 비아콤CBS가 지난주 초 모건스탠리와 JP모간을 통해 30억달러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 촉매제가 됐다.
아케고스가 대거 롱포지션(매수세)를 잡았던 비아콤CBS의 주가가 유상증자 소식에 크게 떨어지면서 마진콜을 유발했다. 결국 아케고스는 잇단 마진콜을 감당하지 못하고 추가 증거금을 내지 못하고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했다.
◇ 아케고스, 주식 매도 보류 부탁…달랐던 은행 반응 :그런데 추가 하락을 막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 아케고스 창업자는 25일 오후 돈을 빌려준 투자 은행들에 이들 주식의 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전화를 걸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크레딧스위스를 포함한 일부 은행들은 매각보류를 선호했지만 골드만삭스와 다른 은행들은 아케고스의 주식을 팔아 현금화해 빚을 갚는 쪽을 원했다.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골드만은 26일 시장이 열리기 전에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골드만은 비아콤, 바이두,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 등 보유한 105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팔았고 모건 스탠리도 8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했다.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는 뒤늦게 사태를 파악해 매각에 참여했다. 하지만 '눈치게임'에서 진 이들은 이미 주가가 폭락한 상태라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소식통들은 "가장 빨리 빠져나간 은행들이 피해를 가장 적게 본 것으로 보이며 골드만삭스는 도리어 이익을 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크레딧스위스는 최대 40억달러, 노무라는 20억 달러 손실을 봤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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