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진영의 대(對)러시아 제재 강화 속 러시아 중앙은행이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인상폭만 무려 10.5%포인트(p)다. 지난 2013년 기준금리 제도를 채택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인 2014년 12월 당시 금리를 10.50%에서 17%까지 올린 바 있지만, 10%p이상의 금리인상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경제의 대외 여건이 크게 변화했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금융 및 물가안정을 지원하고, 가계 저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SWIFT(스위프트, 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 등 서방의 경제적 제재 강화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자, 화폐 유출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위기를 막고자 긴급 금리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이외 외국인들의 러시아 증권 매각요청을 거절하라고 금융업계에 지시했다. 또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일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자국 내 기업에 외화수입의 80%가량을 시장에 내놓을 것을 명령했다. 루블화 급락으로 발생할 대규모 현금인출(뱅크런), 외화 유출에 따른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를 막고자 정부가 앞장서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업에 외화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이 1달러당 119루블까지 치솟는 등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환율과 화폐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오르면 루블화 가치는 떨어진다. 루블화 가치 추락에 모스크바 외환 및 금융거래소는 이날 평소보다 3시간 늦은 현지시간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에 거래를 시작했고, 외화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시장 거래는 중지했다.
러시아 시민은 스위프트 제재와 루블화 가치 추락 충격에 현금과 안전자산 달러를 확보하고자 은행 현금인출기(ATM)로 달려갔다. 스위프트 제재로 러시아 은행의 거래가 중단돼 현금을 찾을 수 없고, 루블화가 붕괴할 거란 불안감에 너도나도 현금과 달러 확보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소유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 내 자회사들은 이미 부도 가능성이 제기됐다. 스베르방크는 미국 초기 제재 명단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스위프트 결제망 제외 대상에도 포함됐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스베르방크 유럽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자회사 등 3곳이 뱅크런 사태를 겪고 있어 조만간 부채나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3곳의 총자산 규모는 136억4000만유로(약 18조 4002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