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 러시아에 공포 덮쳤다…"현금 찾자" ATM기 텅텅

'루블화 폭락' 러시아에 공포 덮쳤다…"현금 찾자" ATM기 텅텅

정혜인 기자
2022.02.28 15:30

[우크라 침공] 루블화 가치 28% 넘게 추락,
불안감에 모스크바 거래소 개장 3시간 연기…
러시아인들 '안전자산' 미국달러 확보 혈안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서방 진영의 대(對)러시아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자국 경제 불안감에 러시아인들은 현금 및 미국 달러화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은행 현금인출기로 대거 몰리며 '뱅크런' 사태를 만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CNBC 등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30%가량 추락하고 있다.

CNBC는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루블화 환율(루블화 가치와 반대)이 1달러당 119루블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인 83.64루블에서 28.77%가 상승한 것으로, 루블화 가치가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 기준 오후 3시 8분 현재 루블화 환율은 1달러당 107.49루블에서 움직이고 있다.

루블화 가치 추락에 모스크바 외환 및 금융거래소는 평소보다 3시간 늦은 현지시간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에 거래를 시작하고, 외화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시장 거래는 중지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사진=인베스팅닷컴
/사진=인베스팅닷컴

주요 외신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국제결제망인 SWIFT(스위프트,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재가 루블화 가치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 진영은 앞서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은 전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 서방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 일부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차단하는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EU도 "일정 수의 러시아 은행들이 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킬 것"이라며 "이들(러시아 은행)은 국제금융시스템으로부터 단절돼 전 세계적으로 영업 능력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했다.

스위프트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결제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으로, 200여 개국의 1만1500여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다. 개인 역시 해외로 돈을 송금할 때에도 스위프트 코드가 적용되기 때문에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빠지면 금융거래가 매우 어려워진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선 하루 평균 4200만건의 거래가 스위프트를 통해 진행됐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는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2월 최악의 신흥시장 통화로 등극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이후 루블화 가치가 40%가량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 러시아 은행 ATM 창구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사진=트위터(@CryptoBoomNews) 영상 갈무리
한 러시아 은행 ATM 창구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사진=트위터(@CryptoBoomNews) 영상 갈무리

한편 루블화 급락 속에 러시아에선 이미 대규모 현금 인출과 달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방의 스위프트 퇴출 제재로 러시아 은행에서의 현금 인출이 중단되고,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러시아 시민들을 압박한 영향이다.

로이터는 "스위프트 제재로 러시아 은행 카드가 작동하지 않거나 현금 인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 퍼졌고, 27일부터 현지 ATM 앞에 시민들이 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은행들이 3주 전보다 두 배가 높은 가격으로 달러를 팔고 있는데도, 달러를 사려는 러시아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며 러시아의 달러 사재기 현상을 설명했다. 한 러시아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몇 대의 ATM을 찾아갔지만 모두 현금이 없었다고 썼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