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등장하자 패닉셀…美상장 中 5대기업 시총 75조 증발

정혜인 기자
2022.10.25 14:09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 추종 ETF 14.5%↓…"시장 과민" 일부선 매수 기회 평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절대 충성파와 최측근으로 최고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킨 가운데 24일 중국 현지 신문들이 1면을 시 주석의 사진으로 도배했다. /로이터=뉴스1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로 열린 중국의 시진핑 1인 독재 체제에 미국과 중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가 출렁거렸다. 그간 중국 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아온 빅테크 주가의 낙폭은 특히 컸다. 시 주석이 20차 당대회를 계기로 3연임을 확정하고, 종신 집권의 발판을 마련함에 따라 그간 중국 빅테크를 옥죄던 규제의 강도가 더 높아질 거란 우려해 투자자들이 앞다퉈 발 빼기에 나선 영향이다. 중국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 기대가 사라진 것도 공포를 키웠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65개로 구성된 나스닥 골드드래곤차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골든 드래곤 차이나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5% 급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장중 하락 폭은 한 때 20% 이상에 달했다. 이 여파로 알리바바 등 미 증시 상장 중국 5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521억7000만 달러(약 75조 1091억원)가 증발했다.

중국 당국 규제의 주요 대상이었던 기술기업의 주가는 추가 규제 가능성에 크게 추락했다. 중국 IT 공룡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12.5% 빠진 63.1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대 하락 폭은 19% 이상에 달해 52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JD닷컴)은 13% 하락했고, 핀둬둬는 24.6% 폭락했다.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는 장중 18% 추락하다 낙폭을 줄여 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24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달 간 인베스코 골든 드래곤 차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추이 /사진=나스닥 홈페이지 갈무리

이 여파로 알리바바의 이날 시가총액은 1663억4000만 달러로 전 거래일인 지난 1877억9000만 달러에서 214억5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낙폭이 20% 이상에 달했던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739억1000만 달러에서 557억2000만달러로 내려앉았다.

중국 기술주는 24일 홍콩증시에서도 10%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6% 빠져 2009년 초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4일 홍콩증시의 외국인 자금은 179억위안(약 3조5427억원) 순매도를 기록, 선강퉁(선전·홍콩 간 교차거래) 거래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대 기록을 썼다.

미·중 갈등 요인 중 하나이자 중국 정부의 중점산업인 전기차 기업의 뉴욕증시 주가도 흔들렸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3인방인 리오토, 니오, 샤오펑의 주가는 각각 17.4%, 15.7%, 11.9% 하락했다.

"親성장 관리 빠진 中 최고지도부…다시 투자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새 최고 지도부와 함께 입장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CNBC는 이번 급락에 대해 "중국 기업의 추락은 시진핑이 20차 당대회에서 전례 없는 장기 집권의 길을 닦고, 중국공산당의 핵심 세력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충성파'로 가득 채운 뒤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 블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비비안 린 서스톤 매니저는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중국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친기업이지 않은 시 주석과 그의 충성파 지도부 통치 아래에 있는 중국 경제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제이슨 수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서방 투자자들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명단에 리커창 중국 총리 등을 비롯한 친(親)성장 기술 관료들이 빠진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공산당을 장악한 시 주석의 실제 정책 우선순위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대중(對中) 투자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다. 번스타인 세일즈 트레이딩의 마크 쉴스키는 투자자 메모에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기반한 주식들은 다시 투자할 수 없다"고 적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장이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번 급락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던컨 리글리는 CNBC에 "기술주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일부 정책은 완화됐다. 전체적으로 중국 당국과 지도부의 규제 기조는 지난 1년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기술주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 전략가는 "이번 급락은 중국의 펀더멘털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