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조원 더 쌓아둔 중국인들…올해 얼마나 풀까?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02.19 06:11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지난 2월 5일의 중국 상하이/AFPBBNews=뉴스1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 세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가장 변화가 큰 곳은 역시 중국이다. 우한 등 도시 봉쇄를 시작으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면서 3년 동안 중국 각 지역에서 이동이 제한됐다.

오죽했으면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시위를 했을까? 필자가 중국에서 11년을 지내는 동안,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중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이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민간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찾아낸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인의 대응책은 바로 저축이다. 지난해 중국인은 지갑을 꽁꽁 닫고 우리 돈으로 3300조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 맡겼다. 올해 중국인들은 얼마나 지갑을 열까.

코로나 방역 위한 도시봉쇄·부동산 급락에 3300조원 늘어난 가계 저축

지난해 중국 경제에서 가장 특이한 움직임을 보인 지표는 가계 저축이다. 상반기부터 늘어나던 가계 저축은 지난 한 해 17조8400억 위안(약 3300조원) 증가했다. 2020년과 2021년 가계저축 증가 규모는 10조 위안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증가폭이 커지면서 중국 가계 저축 총액은 약 120조3000억 위안(약 2경2255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도시 예금자 설문조사'에서도 중국 가계의 저축 열풍이 여실히 드러났다. 저축을 늘리겠다는 가계가 61.8%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 저축 증가분 17조8400억 위안에서 전년 수준인 약 10조 위안을 뺀 7조8400억 위안(약 1450조원)이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급락 때문에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금액이다.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정책에 따른 봉쇄로 중국인들의 대면 소비가 급감했고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매수가 줄면서 소비와 주택 구매에 사용할 돈이 은행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아파트 판매금액은 11조7000억 위안(약 2164조원)으로 전년 대비 28.3% 급감했다. 건설업체가 연이어 파산하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자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수가 급감하자 가전·가구 등 내구재 구매도 덩달아 줄면서 소비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중국 소비를 나타나는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약 44조 위안(약 8140조원)으로 전년 대비 0.2% 줄었다.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의 월별 추이를 보면 제로 코로나의 영향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년 4월부터 상하이가 두 달간 전면봉쇄됐는데, 4월과 5월 중국 소비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 11.1%, 6.7% 줄어들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월에도 -5.9%를 기록했으나 제로 코로나가 폐지된 12월에는 -1.8%로 감소폭이 줄었다.

올해 코로나19 정점 찍고 소비 회복 시작되나?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5일 코로나19 감염자수는 162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월 초 96% 넘게 급감하는 등 코로나19 유행이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소비가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올해 춘제 연휴 기간(1월21~27일) 중국 국내 관광객 수는 3억8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3.1% 늘었으며 관광업 수입은 3758억4300만 위안(약 69조5300억원)으로 30% 증가했다. 한산했던 영화관도 영화 관람객들로 넘쳤다. 중국 국가영화국에 따르면 춘제 기간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67억5800만 위안(약 1조2500억원)으로 작년보다 11.9% 늘면서 역대 춘제 기간 2위를 기록했다.

올들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국제통화기금(IMF)이 5.2%, 골드만삭스가 6.5%로 상향하는 등 글로벌 기관이 중국 성장률 전망을 올린 이유도 이 같은 중국의 소비 회복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중국 가계의 과잉 저축은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노무라 증권은 중국의 은행 계좌와 소득 데이터를 조사해서 중국 가계가 7200억 달러(약 921조원) 이상의 초과 저축을 쌓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7조8400억 위안(약 1450조원)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초과 저축의 상당부분이 올해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로 터져 나온다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까지 우려해야 하겠으나, 다행히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가계 저축 급증의 원인으로 부동산 급락과 향후 가계 수입 감소 전망의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은 '피동적 저축'과 '예방적 저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리차오 중국 저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가계 저축의 '피동적 저축' 부분은 올해 코로나19 유행 안정화와 더불어 가계 소비 및 주택 매수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제로 코로나로 인해 대면 소비가 제한되면서 비자발적으로 증가한 저축이기 때문이다.

반면 '예방적 저축'은 중국 가계가 향후 가계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발적으로 늘린 저축이기 때문에 경기 전망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주택 매수 및 내구재 구매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중국 경제는 소비가 키워드다. 씨티그룹은 올해 소비가 중국 경제 성장에 미치는 공헌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8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확대와 소비 진작을 올해 중점 과제로 제시하는 등 소비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는 중국의 소비 증가 추이를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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