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이 이젠 전기차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기차 위탁생산 시장에 뛰어든 것. 전기차 스타트업과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객을 끌어와야 한다. 폭스콘의 도전은 성공할까.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위탁생산 시장은 2025년 36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엔 1440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애플의 공장으로 불려온 폭스콘이 다음 먹거리로 주목하는 시장이다.
폭스콘은 지난해 매출 2220억달러를 기록하며 굴지의 제조업체로 성장했으나, 문제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축인 스마트폰 시장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요 고객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반면, 생산 기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된 중국에 몰려있다. 창업자가 내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 의지를 밝히자 중국 당국의 세금 및 토지 이용 조사까지 받게 돼 '정치적' 리스크까지 커졌다.
폭스콘으로선 이래저래 생존을 위해 사업 분야도, 생산 기반지역도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폭스콘이 전기차 아웃소싱 사업을 미국 오하이오 북동부 소재 전통의 러스트벨트(제조업 사양화로 불황을 맞은 지역)인 로드스타운에서 모색하는 이유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GM이 2019년 비용 절감 노력의 일환으로 펜실베니아주 국경 근처의 영스타운 외곽의 로드스타운 공장을 폐쇄했다. 이후 이 공장은 전기 트럭 스타트업 로드스타운 모터스가 인수했으나, 지난 6월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폭스콘은 이를 다시 인수해 전기차 위탁생산 근거지로 활용하겠단 포석이다.
폭스콘은 전기차 제조를 아웃소싱하면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침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여파로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기차 제조 단가도 기하급수적으로 뛸 판이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판매할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고 10월말 2023년 가이던스를 중단하기 전에는 전기차 부문에서 연간 4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기 버스 제조사 프로테라가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했고 리비안도 생산 목표를 훨씬 밑도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간 폭스콘 주력 제품인 아이폰에 수백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반면, 전기차에는 1만~1만5000개의 부품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폭스콘은 운송 비용을 줄이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전기차가 판매되는 곳 인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단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의 제조 경험은 미미하다. 열악한 처우로 근로자가 자살했던 폭스콘의 중국식 공장 문화를 감안하면 UAW와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앞서 폭스콘은 2016년 말 미국 위스콘신주 마운트 플레전트에 1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는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 전 회장은 2019년 대만 총통직에 도전하기 위해 사임했고 후임인 류양웨이 회장이 여기에 서버 조립라인을 설치해 1000명만 고용하고 있다. 폭스콘에 따르면, 마운트 플레전트는 폭스콘 전기차 공급망의 일부가 될 예정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류양웨이 회장은 "24개국에서 공장을 운영한 경험 덕분에 현지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며 "우리(폭스콘)는 현지 노동절차에 대처하는 방법과 정부를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사는 원가 상승에 따라 폭스콘과 같은 회사가 있어야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혼자서 자동차를 만들면 경쟁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로드스타운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모나크 트랙터에서 판매하는 8만9000달러짜리 자율주행 전기 농업용 차량인 MK-V뿐이다. 농경지에는 일반적으로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가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덜 위험하다.
HSBC 첸하이증권 중국자동차 연구책임자인 유첸 딩은 블룸버그통산에 "자동차를 만드는 게 휴대폰을 만드는 것보다 품질관리 면에서 훨씬 어렵다"며 "휴대폰에 문제가 생기면 재부팅하면 되지만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자동차는 재부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로드스타운은 글로벌 전기차 생산거점의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태국에 연간 생산량 15만대를 목표로 전기차 공장을 착공했다. 인도와 잠재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아 다른 공장도 계획하고 있다.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창타이 시에 교수는 "궁극적으로 폭스콘의 이들 공장은 완성차보다 부품 생산에서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