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적 위기, 이미 어려운 경제에 타격 줄 것"-해외 진단

이영민 기자
2024.12.09 17:04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안 표결 무산 등으로 인한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이미 불안했던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해외의 진단이 이어진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국민촛불대행진'에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한 뒤 한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은 시장을 뒤흔들고 중요한 시기에 한국을 산만하게 해 경제적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8일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큰 위기를 막더라도 정치적 마비가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시위 확대는 물론, 파업이나 더욱 폭력적인 형태의 반대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치 혼란으로 인한 주식시장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정치 혼란으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였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잃으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8% 내린 2360.58에 마감하며 지난해 11월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5.19% 떨어진 627.01에 마감하며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였던 은행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계엄 사태에 따른 사회 불안 우려로 관광객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BI는 설 연휴가 끼어있는 내년 1분기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83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2분기부터는 관광객 유치 노력과 위안화 대비 원화 약세 등에 힘입어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IB)들은 정치 혼란이 길어질수록 경제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레이팅스는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져 이미 약세를 보이는 기업과 소비자 신뢰가 약해질 경우 내수에 부담을 주고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도를 떨어뜨려 금융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차기 대통령 후보의 성향과 의회 구성, 미국·중국과 지정학적 관계, 반도체 부문 투자 전망, 재정 정책 등에 따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2'로(2015년 12월부터)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5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하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며 "과거 탄핵 국면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점은 이번 상황에 대한 적절한 비교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탄핵 가능성,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내수·투자 활동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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