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오한, 밤 꼴딱"…갱년기 여성, '투자금 1430억' 창업 성공기[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4.12.14 06:35

"중년 여성들 가정 돌보느라 갱년기 관심도 없어…우울·불안 어디서 오는지 몰라"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갱년기 여성 관리 전문 스타트업 미디헬스를 창업한 조안나 스트로버 최고경영자(CEO)./로이터=뉴스1

"40대 중반부터 갑자기 몸에 열감이 느껴지고, 47살부터 잠을 못 잤다. 새벽에는 갑작스러운 오한 때문에 3시에 깼고 1시간 넘게 잠들지 못했다. 지치고 힘들어서 먹었더니 체중이 늘더라."

제2의 사춘기라 불리는 갱년기는 국적 불문, 모든 여성의 골칫거리다. 한국은 갱년기 증상과 관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비교적 높은 편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갱년기가 관리 가능한 증상이라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외로 미국이 그렇다. 위에 적힌 갱년기 증상은 2021년 미국 갱년기 관리 전문 스타트업 미디헬스를 창업한 조애나 스트로버 최고경영자(CEO)가 호소한 것. 처음엔 단순한 수면장애인 줄 알고 각종 뉴스 기사와 연구논문을 읽었으나, 여성 호르몬 감소가 수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접하지 못했다. 병원을 찾아도 마찬가지였다. 주치의가 중독 위험이 있는 수면제까지 처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디헬스 최고의료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의사 캐슬린 조던의 경험도 비슷하다. 조던 CMO는 "만나는 의사마다 내가 갱년기를 겪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도 내가 겪는 홍조, 오한의 원인으로 폐경을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스스로 쓴 처방전과 갱년기 관련 의학서적을 담당 의사에게 보냈다는 조던 CMO는 "여성 동료 의사들조차 제대로 된 (갱년기)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스트로버 CEO는 주변에 증상을 호소했고, 주변 사람들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다 호르몬 전문 의료인이 온라인 진료를 한다는 글을 접하고 곧바로 진료 약속을 잡았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병원이었기 때문에 진료비가 500달러(71만원)나 됐지만 상관 없었다. 스트로버 CEO는 "정말 절박했다"며 "호르몬 전문의가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2주 뒤 밤새 푹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스트로버 CEO는 "이때부터 왜 중년 여성이 전문가로부터 (갱년기) 치료를 받을 수 없는지, 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수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변화와 변화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지 되묻기 시작했다"며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53세에 창업을 결심한 이유다.

미디헬스의 강점은 온라인 기반 진료 방식과 미국 50개 주 전부에서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스트로버 CEO는 지난 4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성생활, 수면장애 문제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하려면 병원까지 차를 몰고 가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혈압을 재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며 "기술이 이런 절차를 대신할 수 있는데 직접 진료를 보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겠냐"고 했다.

미디헬스는 온라인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방문 약속을 잡으면, 치료사가 자택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호르몬 수치 측정 등을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 진료보다는 절차가 훨씬 편리하다. 미디헬스는 크게 호르몬 주사, 의약품, 보조제, 생활 관리 등 네 가지 방식의 진료를 제공한다. 방식은 환자 선택에 맡겨지며, 치료사가 환자와 소통을 통해 맞춤형 진료를 찾아나간다.

미디헬스 관리를 받은 한 이용자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증상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도,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며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은 이후 수면과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3년 동안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낮잠을 더 자라는 둥 잘못된 처방만 받았다"며 "갱년기 여성을 도울 줄 아는 팀을 만나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미디헬스의 더 커다란 목표는 중년 이후 여성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스트로버 CEO는 "산부인과 의사의 20%만이 갱년기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대부분 출산을 위해 의사가 됐기 때문"이라며 "미국 전체 카운티의 50%는 산부인과가 없다. 가임기 이후 중년 여성을 도울 수 있는 의료인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스트로버 CEO는 지난 2월 팟캐스트방송 케어딜리버리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갱년기에 대해 제대로 관리를 받지도 못하고 가정을 돌보느라 바빠 스스로 관심도 없다"며 "불안, 우울이 어디서 오는지, 치료 가능하다는 사실도 모르고 병원에 가도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헬스는 여자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려 한다"고 했다.

미디헬스는 지난 4월 투자모금회에서 6000만 달러(859억원) 투자를 유치, 투자금 총 1억 달러(1430억원)를 달성했다. 지난 8월 별세한 수전 워치츠키 전 유튜브 CEO, 그와 자매인 앤 워치츠키 23앤드미 창업자 등이 미디헬스에 투자했다.

스트로버 CEO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50세 이상 50인에 이름을 올렸고, 미디헬스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 목록인 '넥스트 빌리어네어 스타트업'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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