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대 관세' 얻어맞은 중국, '애국 소비'로 미국과 장기전 치르나?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5.04.14 16:55

징둥 등 대형 이커머스들 수십조원 내수전환 전략 발표...부진한 내수, 애국소비가 동력 될 수도

1일(현지시간) 노동절 5일 연휴 첫날 중국 베이징 북쪽의 팔달령에 있는 만리장성이 행락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2024. 05..02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미중 관세전쟁으로 양국 무역이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중국 대형 유통기업들이 내수시장으로 대대적인 밸류체인 전환에 나선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이 대미 무역 차단으로 인한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세전쟁 승패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 특유의 애국소비에 다시 불이 붙을지도 관심사다.

미중 관세전쟁, 중국의 가장 큰 무기 '내수시장'

14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상업연합회 등 7개 경제인협회는 지난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라 내수시장 확대, 내외무역 통합추진, 수출상품의 내수 전환 촉진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며 "수출기업들이 직면한 긴급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매칭 채널과 판매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 평균 관세율은 기존 품목별 관세에 더해 약 156%에 도달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될 여지가 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중국 대미 수출품목들은 사실상 이미 교역이 중단됐다.

중국 기업들의 판매망 내수 전환 움직임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기존 수출물량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내수가 떠안아주느냐가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수행해 갈 수 있는 체력이 된다. 14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싸우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새로운 만리장성이 될 수 있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기업 징둥(JD.com)은 앞으로 1년간 총 2000억위안(약 40조원) 규모 수출상품을 내수용으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수출업체와 직접 협력할 전문 구매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고급상품 전용관도 운영한다. 징둥은 "내수시장 과잉생산 및 소비부진 상황을 감안해 출혈 가격경쟁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 산하 신선식품 브랜드 허마(프레시포), 더우인, 콰이쇼우 등 중국 유통 공룡들도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관변단체나 다름없는 경제단체들이 주도하는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정부가 있을 공산이 크다. 기업들이 나서서 내수시장으로 밸류체인을 전환하도록 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는 거다.

극도로 부진한 소비심리는 변수..애국소비로 극복할까

중국 내수시장이 극도로 부진하다는 점은 변수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0.1% 내리며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두 달 연속 하락세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부정적 경기전망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시장은 규모 자체가 워낙 크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연도별 소매판매 총액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전년 대비 3.9% 줄어든 39조2100억위안(약 7604조원)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전년비 3.5% 많은 48조6000억위안(약 9423조원)까지 늘어 무려 우리 돈 1경원을 목전에 뒀다.

중국 연간 GDP 성장률/그래픽=임종철

경제가 단순히 더하기와 빼기로 기능하지는 않겠지만, 내수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 5824억달러(약 826조원)로 추정되는 중국의 대미 무역금액이나, 4389억달러(약 622조원)인 대미 수출금액 정도는 담고도 남는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수출 감소 충격을 이 거대한 내수시장이 일정 정도 완충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중국 정부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바로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다. 중국인들의 유별난 애국주의와 자존심은 종종 애국소비로 이어져 기존 흐름과는 다른 소비구조를 만들어냈다. 미국이 애국소비의 타깃이 된 사례도 있었다. 1999년 유고슬라비아 코소보전쟁 중 미군이 중국대사관을 오폭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됐었다. 특히 최근 애플이 중국서 고전하는 데에도 애국소비가 일정 영향을 줬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5%로 저가형 전문기업 비보(17%)는 물론 프리미엄 제품 경쟁자 화웨이(16%)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화웨이가 다시 고성능 스마트폰을 만들며 애국소비의 불을 붙였다.

이 외에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 티베트 독립 지지 시위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중국 내 민족주의와 애국소비 열풍이 불었다. 2012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 브랜드들이 쫓겨났고,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은 것도 비근한 애국소비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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