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 실리콘밸리 자본가들에게 미친 영향 [PADO]

김수빈 기자
2025.08.10 06:00
[편집자주] 판타지 소설 애호가라면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핫한' 기업들을 살펴보면서 반가움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판타지 문학 장르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는 JRR 톨킨의 작품에서 따온 기업 이름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팔란티어부터 방산 업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안두릴까지 다양합니다. 왜 실리콘밸리의 테크 자본가들이 톨킨에 열광하고 회사명에 그의 판타지 세계에 나오는 이름들을 사용하는 걸까요?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리 콘스탄티누는 종교·정치·문화의 접점을 다루는 평론지 아크매거진 5월 1일자 에세이에서우파 정치세력이나 테크 자본가들이 톨킨의 세계관에서 자신들이 꿈꾸는 반민주적인 세계를 찾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이 에세이는 단편적이지는 않으며, 판타지가 가지는 변혁적 요소도 짧게 지적합니다. '반지의 제왕'을 중심에 놓고 문화현상, 정치경제 현상을 다면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매우 밀도 높은 평론이라 하겠습니다. 필자는 무엇보다 이들의 행보와 관련해 기술 권력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는 방식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현상을 '기술 봉건주의'라고 부르며, 소수의 기술 대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영지'를 다스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랫폼,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개인 정보, 그리고 심지어 국가의 안보가 소수 엘리트의 손에 어떻게 집중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섬뜩한 미래상입니다. 톨킨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문학 비평에 그치지 않습니다. 문화 콘텐츠가 어떻게 현실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는 이념적 도구가 되는지, 그리고 미국의 테크 엘리트들이 꿈꾸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톨킨의 사례는 '문화전쟁'에 대한 가장 고차원적인 논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JRR 톨킨(오른쪽)과 그의 소설 '반지의 제왕' 표지. /사진=AP/뉴시스

현 이탈리아 총리이자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의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는 1993년 '캠프 호빗'을 부활시키는 행사에 참석했다. 최초의 캠프 호빗은 1977년 이탈리아 신(新)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 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이 주최했다.

'이탈리아 극우의 우드스톡'이라 불린 이 야외 축제들은 젊은 세대를 우파 정치로 끌어들이기 위해 JRR 톨킨의 작품 속 이미지들을 활용했다. 멜로니가 이 부활 행사에 참석했을 때 그녀는 열여섯 살이었고, MSI 산하 청년 조직 '청년 전선'의 활동가였다. 호빗 '93에서 이 나이 어린 투사는 급진 성향의 포크 밴드 '반지 원정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톨킨의 세계는 멜로니의 인격과 정치적 정체성 형성에 기초가 되었다. 그녀는 한때 '반지의 제왕'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샘와이즈 갬지로 분장하기도 했다. 샘와이즈는 간달프나 아라곤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더 큰 대의에 겸허히 헌신하는 인물이다.

멜로니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그저 평범한 호빗이고 정원사에 불과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프로도는 결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톨킨이 말했듯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작은 손들이다.'"

그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반지의 제왕'이 판타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지의 제왕'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폭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톨킨 연구자 로버트 T 탤리 주니어가 지적하듯이 지금 "국제적으로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 반이민, 신나치주의와 여타 극우 이데올로기를 공공연하게 수용하는 방대한 규모의 톨킨 광신도 집단이 존재하며,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반지의 제왕'을 일종의 성서처럼 숭배한다." 탤리 교수는 이들이 톨킨의 세계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질서"를 찾으려 하지만, 이는 톨킨을 심각하게 오독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많은 보수 성향의 톨킨 팬들은 현대성의 여러 측면을 과거로 되돌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러 평론가들이 지적했듯, 실리콘밸리의 마가(MAGA) 진영과 연계된 기술반동주의 기업가 집단은 더 거대한 야심을 품고 있다. 이들은 톨킨의 신화체계 '레젠다리움'에서 영감을 얻어 기술과 정치의 관계를 새롭게 구상하며, 권력을 찬미하는 동시에 민주적 책임성을 회피하려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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