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이 없다.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안에 대해 '입법 주도권'을 쥐고 있는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정 간 불협화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이견이 봉합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개혁안에 대한 검찰 내 반발이 여전해 상당기간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 장관은 28일 인천 한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당과) 이견이 없다. 당에서 결정되는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검찰개혁 관련 발언들은) 내 주장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전달한 것이며, 당에서 의원들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잘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까지 둘 경우 권한이 집중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또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들을 포함해 모두 검찰에 넘기는 방안,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었다.
이에 대해 카운터파트인 민형배 민주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전날인 27일 기자들과 만나 "장관이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도부가 갖고있다"며 "장관이 본분에 충실한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강한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정 장관과 민 위원장이 사실상 장외 논쟁을 벌이면서 검찰개혁안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선이 넓어질 조짐도 보였다. 당장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28일 아침 라디오방송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정 장관은)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 간 협의를 해 나갈 수 있는 유연성과 힘이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 의원은 "어느 것이 선하고 어느 것이 악하다고 볼 필요가 없으며 (검찰개혁안 초안에 대해서는) 지금 충분히 열어놓고 논의하는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발언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는 국민께 충분히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날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검찰개혁 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민주당이 여러 각론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기도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의견이 조금 다르다고 특정인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고 (건설적인) 토론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 내에선 동력이 약해지기 전에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 장관에게 보다 강한 수위로 경고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비중있게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장관이 이날 "입법의 중심은 국회"라는 말로 일단 한 발 물러서면서 긴장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정 장관은 여전히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개인적인 의견이 없다"며 "지금까지 여러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제는 당이 (주도해야 한다.) 어쨌든 입법의 중심은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들이며 이들이 잘 할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당장 갈등이 봉합 무드를 보여도 검찰개혁안이 최종 통과될때까지 잡음이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검찰개혁 국정과제에는 동의한다 해도 검찰 조직을 이끌고 있는 정 장관의 입장은 복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은 검찰 내부 불만을 최소화하는 한편 대통령실의 기류도 살펴가며 개혁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았다"며 "여권 내에서도 특위의 개혁안보다 정 장관의 주장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한 발 물러선 정 장관도 복잡한 속내까지 감추진 않았다. 그는 이날 워크숍에서 예정된 상임위별 토론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니 당연히 법제사법위원회에 인사를 드려야 할 것"이라면서도 '의견을 나누겠느냐'는 질문엔 "유구무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