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중국계 캐나다인이자 스탠포드에서 연구원으로 활동중인 테크분석가 댄 왕의 최신 저작 '브레이크넥'이 화제입니다. 목이 꺾일 정도로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의 '브레이크넥'인데, 중국이 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너무 빠르게 뛰다보니 목이 꺽이는 부작용도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파이낸셜타임스(FT)의 8월 16일자 서평을 보면 생생한 관찰이 돋보인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 중국의 테크 기술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보통 중국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 대부분은 공학 전공자'라는 식의 표현은 좀 진부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 책의 미덕은 서평을 읽어보거나 직접 책을 읽어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좀 더 흥미를 끌기 위해 이 책에 문제제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중국 지도자들은 공학 전공자가 많은데 미국이나 서방은 법률,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 인문사회, 법률 전공자가 많다면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찬사를 보내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데, 이것은 중국이나 공산국가의 시스템이라는 맥락을 빼놓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공산국가는 국영기업이 많기 때문에 엘리트가 행정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까지도 관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들에서는 행정 엘리트가 기술을 포함한 기업 경영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지 못합니다. 즉, 국가부문과 시장부문이 좀 더 엄격히 나뉘어져 있어서 양쪽에 필요한 지식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공산국가는 국가와 경제가 하나로 합쳐집니다. 그래서 공학 전공자가 공산당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공학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세상을 바꾸는데 인문사회과학이 도대체 경제발전에 무슨 기여를 하느냐는 식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너무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을 포함한 수많은 역사적 발명품들이 쏟아져나왔고 이것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을 하나 놓치고 있습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특허법을 창안해낸 나라입니다. 특허라는 제도가 없으면 20년간 연구해서 새로운 기술로 상품을 내놓았을 때 다른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이 기술을 베껴 복제품을 만들어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도 고생해서 발명을 안 하고 다른 사람이 발명하는 것을 옆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것입니다. 영국은 이 특허법 덕분에 수많은 발명들이 이뤄졌다는 것이 독일의 제도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입니다. 물론 발명을 실제로 이뤄낼 수많은 천재들이 반드시 있어야겠지만, 특허라는 제도가 없이는 발명할 의욕이 안 생겼을 것입니다. 이것이 제도의 힘입니다. 그런 점에서 '엔지니어의 중국'이니 당연히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이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물론, 특허법만 있다고 발명이 이뤄지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제도와 천재적 발명가/공학자는 모두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양자가 조화를 이뤄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논점을 염두에 두고 이 서평을 읽으시거나 댄 왕의 '브레이크넥'을 읽으시면 더욱 흥미로운 읽기가 되실 겁니다. 글은 질문하는 만큼 대답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댄 왕의 '브레이크넥' 표지. /사진제공=WW Norton & Company
2022년 4월, 중국의 뒤늦은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상하이 상공에는 드론이 떠다니며 굶주린 시민들이 아파트에 모여 있는 곳곳을 향해 명령을 큰 소리로 반복했다. "자유에 대한 영혼의 갈망을 억제해주세요." 여성의 목소리는 이렇게 지시했다. "창문을 열고 노래하지 마세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마치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상하이의 2500만 주민들은 이미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오거나 아니면 집안으로 들어가라는 드론의 고함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온라인에서도 도피처는 없었다. 반(反)봉쇄 시위대가 중국 국가(國歌)의 첫 구절인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여"를 인용해 저항하자, 검열관들은 신속히 관련 게시물과 영상을 삭제해버렸다.
중국계 캐나다인 테크분석가로 당시 상하이에 거주하던 댄 왕(Dan Wang)에게, 이런 테크 역량과 사회 통제의 극적인 결합은 중국식 '엔지니어 국가'가 지닌 장점과 광기를 동시에 상징했다. 이 역동성은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그의 저서에서 중심 주제가 되었으며, 세계 신흥 초강대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현재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왕은 홍콩, 베이징, 상하이에서 6년간 근무하며 가장 통찰력 있는 중국 분석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신간 '브레이크넥'에서 그는 데이터가 풍부한 분석을 생생한 개인적 일화와 직설적인 견해와 절묘하게 엮어낸다. 이 책은 중국의 강점과 약점을 탐구하는 동시에, 자기 파괴적 행보를 이어가는 미국 지도부가 어떻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라이벌에게 패할 수 있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왕의 핵심 주장은 중국은 '만들어내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엔지니어 국가'로 운영되는 반면, 미국은 '막아내는 일'을 우선시하는 '변호사 사회'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공학을 전공한 반면, 미국은 "변호사에 의한, 변호사를 위한, 변호사의 정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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