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수요 왜 이리 줄었지"…미국 경기침체 신호?

김희정 기자
2025.09.22 17:29

미국 대표 골판지 제조업체들 줄줄이 공장 폐쇄…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 1인당 상자 배송량 20%↓

바크 박스의 정기배송 박스/사진=바크 박스(Bark Box) 홈페이지

미국에서 골판지 수요가 크게 줄면서 미국의 소비 심리가 급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피자, 가구, 전자제품까지 사실상 모든 소비재 상품이 골판지로 포장된 뒤 배달된다는 점에서 실물 경기 온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최대 포장 상자 제조업체인 인터내셔널 페이퍼가 지난달 2개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 점을 짚으며 소비심리 위축 현상을 짚었다.

인터내셔널 페이퍼의 사바나와 라이스보로 골판지 공장이 이달 말 영구적으로 문을 닫으면 미국은 약 8개월 만에 전체 골판지 생산 능력의 9%를 잃게 된다. 이는 지난 2009년 경기침체 기간 줄어든 골판지 생산 능력의 2배에 해당한다. 장기간 포장재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아담 조셉슨은 신문에 "지금까지 이 정도 규모의 폐쇄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골판지 상자 배송량은 팬데믹 기간 정점을 찍은 이후 2016년 이래 최저치를 찍고 있다. 조셉슨 애널리스트는 미국인 1인당 상자 배송량이 1999년 정점 대비 20% 줄었다고 설명했다.

추석을 2주 앞둔 22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동에 과일상자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스1

인터내셔날 페이퍼의 최고경영자(CEO) 앤디 실버네일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올해 골판지 수요가 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된 시대에 이처럼 단기에 골판지 수요가 급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팬데믹 기간에는 재택 기간 상품 구매와 배송이 급증하면서 골판지 수요가 기록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컨테이너보드 생산업체들은 천연가스 및 화학 제품 등 자재비 급증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렸다. 골판지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 후에도 관련 업체들은 인플레이션 및 마진 감소를 근거로 가격을 계속 높였다. 그 결과 가장 흔한 라이너보드(골판지의 바깥층에 사용되는 종류의 컨테이너보드) 가격은 현재 톤당 약 945달러로 2019년 말(약 725달러) 대비 30% 뛰었다.

수요는 줄고 제품 원가는 뛰자 업계 내부에선 인수합병이 한창이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스머핏 카파와 미 애틀랜타의 웨스트록이 합병된 후 미국 3대 생산업체의 시장 점유율과 가격 결정력이 더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 친환경 종이박스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올해 1월 유럽 주요 상자 제조업체인 DS스미스를 72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패키징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가 경쟁사인 그레이프의 컨테이너보드 사업부를 18억달러에 인수했다. 증권업계에선 골판지 수요가 계속 약해지더라도 생산 능력이 줄어 내년에도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판지 제조업체와 분석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소비 지출도 약화됐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주택 시장도 침체돼 건축 자재 및 가전제품 포장재뿐 아니라 박스 운송 수요도 감소했다.

결국 127년 역사의 실버네일은 4월 루이지애나주 캠프티에 있는 대형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조지아 공장도 폐쇄하기로 했다. 소수의 고객사에 집중하고 손실을 보고는 사업장은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앨라배마주 셀마의 복사지 공장을 최근 운송업체아 선호도가 높은 경량 컨테이너보드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데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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