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저신용 회사채까지 앞다퉈 사들이는 가운데 기업 파산 소식이 잇따르면서 거품 붕괴 우려도 커진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 시장은 과열 조짐이 뚜렷하다. 투자자들의 회사채 매입을 이어가면서 수익률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투자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 격차는 9월 0.74%포인트(P)까지 줄었다. 정크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 격차 역시 2.75%P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에 근접한다. 시장이 '완벽'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이런 환경에선 작은 균열도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고 노동시장이 유지된다면 현재의 호황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제 활동이 촉진되고 차입자들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이런 기대를 타고 시장은 활황이다. 투자 등급 기업들이 9월 미국에서 발생한 채권은 2100억달러(294조원)에 달한다. 9월 기록으론 최대 규모다.
그러나 기업들의 파산 소식이 잇따르면서 월가의 경계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저소득층에 자동차 대출을 제공하는 트라이컬러홀딩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데 이어 28일엔 자동차 부품회사인 퍼스트브랜드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트라이컬러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자동차 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회사다. 트라이컬러는 대출 채권을 담보로 지난 5년 동안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약 20억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최근 트라이컬러의 증권화 파트너 중 하나인 미국 지역은행 피프스서드뱅크가 트라이컬러의 담보 사기 의혹으로 2억달러 손실을 발표하면서 트라이컬러는 결국 파산을 신청하고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며칠 뒤엔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드의 파산 소식도 나왔다. 배경엔 숨은 부채가 있었다. 퍼스트브랜드는 공급망 금융을 통해 재료나 소재를 공급받은 뒤 금융기관이 대금을 지급하면 나중에 상환해왔다. 그러나 재고를 담보로 한 이 부채는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투자자들의 불안이 급속히 커지면서 파산에 이르게 됐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퍼스트브랜드 채권은 안정적으로 거래됐지만 26일 최우선 순위 채권은 액면가의 1/3 수준으로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년래 사모채권 시장에서 발생한 가장 극적인 붕괴 사례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들 기업 파산은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며 아직 신용시장으로 불안이 급격히 확산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신용시장의 부실 증가 등이 맞물릴 경우 시장의 낙관론은 빠르게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투자 전문회사인 오크트리자산운용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오랫동안 투자 환경이 매우 우호적이었고 투심도 낙관적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채권 가격은 높아지고 안정성은 떨어진다. 결국 최고의 시기에 최악의 대출이 나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