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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1일 한국을 방문한 사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과 한미 공공외교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개정 정보통신망법)'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온 로저스 차관이 이번 계기에도 관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정통망법을 또 다른 비관세 장벽으로 삼고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대비 적은 손해배상액 등을 토대로 미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임 대사와 로저스 차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제2차 한미 공공외교 협의'를 열고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공동 성과의 이행을 공공외교 차원에서 점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측은 공공외교가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신뢰 증진을 넘어, 한미동맹의 주요 과제들의 이행을 촉진하는 핵심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올해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한미 협력각서에 서명하고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기념행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정통망법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하지만 실제 로저스 차관은 정통망법에 대한 미 행정부의 우려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로저스 차관이) 정통법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명했다"며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만큼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로저스 차관은 지난달 31일 엑스(X·구 트위터)에 일본 방문을 마무리한다며 "이제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해 조선업, 네트워크법(정보통신망법), K팝 외교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지난해 12월 정통망법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자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명예훼손적 딥페이크 문제를 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범위가 훨씬 넓어 기술 협력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지속해서 관련 문제에 대한 불만을 강조해오고 있다"며 "로저스 차관은 국무부 소속이지만, 정통망법이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만큼, USTR(미국무역대표부)·상무부와 협의가 된 상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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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미 행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상황 설명과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 중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정통망법의 입법 취지를 지속해서 설명해오고 있으며, 각급에서도 지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우려하는 과도한 손해배상액 등에 대해서는 EU의 DSA와 한국의 정통망법은 다르다는 취지의 설득이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EU의 DSA는 글로벌 수익의 3%까지 손해액을 부과한다. 이와 달리 정통망법은 허위정보를 유통한 언론이나 유튜버 등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감독 의무를 대폭 강화한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 개정이 완료돼 올 7월부터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입법 취지를 설명하면서도 정통망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적 입장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 국제적 비준은 준수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지켜야 하는 기준을 명문화한 것임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