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 "한국 보안·인증 시스템 등이 미국 기업 참여 막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및 클라우드 조달 제한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적시했다. 매년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전 세계 국가별로 기록한 일종의 '무역 장벽 성적표'다. 올해는 한국에 대한 부분이 노동법 등 보다 다양한 내용을 담아 분량이 7쪽에서 10쪽으로 늘었다.
USTR은 'AI 인프라 조달' 관련해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 칩 및 추가 클라우드 자원 입찰 공고에서 국내 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미국 기업을 배제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공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입찰과 관련해서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시스템을 지적했다. CSAP은 한국의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안전 검증 성적표'인데, 미국 기업 참여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USTR은 "한국의 중앙 및 지방 공공 부문에 적용되는 보안인증이 한국 공공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에게 상당한 장벽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공공 입찰을 위한 요건에 관해서도 "국제 표준 대신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암호체계(ARIA·SEED)를 사용한다"며 무역 장벽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산업통상부가 반도체, 자동차, 로봇 등 국가 핵심 기술과 관련한 데이터를 보호하고자 CSP의 진입을 제한 것도 문제삼았다. USTR은 "미국 이해관계자들은 국가 핵심 기술 관련 기업들을 위한 새로운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산자부와 협력중"이라며 가이드라인의 조속한 발표를 촉구했다.
아울러 위치정보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제한되면서 외국 기업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활용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상태다.
이밖에 한국 노동 관련 챕터는 올해 새로 등장했다. USTR은 "미국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 보호와 관련된 한국의 법률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 대해 인도 보류 결정을 내린 점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통해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USTR은 관세 부과를 목표로 한국 등 60여개국에 대한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향후 조사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문제삼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