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논란에도…젠슨황 한마디에 낙관론 다시 불붙었다

뉴욕=심재현 기자
2025.10.09 16:31
/AP=뉴시스

"올해, 특히 지난 6개월 동안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AI 낙관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최근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흔들렸던 AI 관련주가 황 CEO의 이날 CNBC 인터뷰 발언에 일제히 반등했다. AI 거품론과 낙관론이 교대로 시장을 흔드는 가운데 아직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은 황 CEO의 이날 발언이 실제 수요를 바탕으로 한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데 주목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가는 "AI의 잠재력은 결국 칩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실제 수요가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엔비디아가 그 수요를 확인했다는 점은 산업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AI 거품론은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심으로 바탕으로 확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오라클 등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이 AI 주도권 경쟁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확실치 않다는 우려가 거품론을 키웠다.

잇따른 대규모 투자 발표를 두고선 이른바 '자전거래'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엔비디아가 오픈AI나 코어위브에 거액을 투자하면 이 기업들이 그 투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구매하거나 오라클 등과 대형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실제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을 흔들었다.

한국의 추석 연휴 기간에도 AMD가 오픈AI에 GPU 총 6GW(기가와트)를 공급하고 대신 오픈AI는 AMD 보통주 최대 1억6000만주(지분 10%)를 주당 1센트에 매입할 권리를 갖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일론 머스크의 xAI에 20억달러를 투자하고, xAI는 엔비디아의 칩을 사들인 SPV(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이를 대여해 이용하는 거래를 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거품론에 대해 과도한 비관이라고 본다. 현재의 AI 열풍은 기술 혁신의 필연적인 단계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나 통신 버블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황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엔 인터넷 기업 전체 가치를 합쳐도 40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2조5000억달러가 넘는 실존 사업을 운영 중"이라며 "우린 수조달러 규모의 거대한 전환기에 이제 막 수천억달러를 투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 닷컴 버블이 과도한 부채 금융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성장 기반을 깎아먹었던 것과 달리 현재 AI 투자의 상당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현금보유력이 막강한 빅테크업체의 자체 자금력으로 이뤄지면서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역량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거품론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AI 산업 자체의 가능성은 부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AI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변혁시킬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최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이탈리안 테크 위크'에서 "AI 산업의 거품을 인정하더라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허상이란 뜻은 아니다"라며 "AI는 결국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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