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이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중국한국상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양걸 중국삼성 사장은 28일 베이징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 101회 베이징 모닝포럼'에서 "중국을 놓치면 세상의 절반을 놓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한국상회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모임이다. 베이징 모닝포럼은 중국한국상회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학계, 전문가를 모아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다.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총괄장 등을 역임한 양 사장은 이날 중국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직접 본 중국 산업의 발전 양상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그가 중국 시장이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로 확장할 것으로 예견한 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중국을 필두로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130여개국으로 구성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정치·경제 위상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는 이미 주요 7개국(G7)을 넘어서고 있으며 2030년에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G2 반열에 오른 중국 자체의 성장세와 글로벌사우스로의 외연 확대가 맞물리면 우리에게 미국에 견줄 또 다른 시장이 열린다는게 양 사장의 주장인 셈이다. 양 사장은 "2035년 GDP 30조 달러 달성이 중국의 목표인데 올해 5% 내외 성장률을 달성하게 되면 10년 뒤 GDP 30조달러에 안착할 것이라고 본다"며 "골드만삭스는 2049년이면 중국이 G1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는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정부·기업·대학으로 구성된 '3각 편대'를 이 같은 중국 고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정부는 산업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기업은 국가가 정한 발전 계획을 따라 기술 개발 드라이브를 걸며 대학은 인재를 공급하는 삼박자가 맞물려 빠른 성과를 낸다는 것.
이와 관련, 양 사장은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창업자 왕촨푸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핵심모델 제조를 할 때 필요한 시간이 테슬라가 1년이라면 BYD는 8개월 안에도 가능하다고 해서 배경을 물어봤더니 "정부에서 토지, 전기, 세금 관련 문제를 모두 풀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것. 양 사장은 "국가 정치체계와도 연관된 문제이지만 현실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여 우리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1200만 대학 졸업생 중 절반이 공대생인 풍토는 이 같은 정부·기업 2인 3각 체제에 인재를 빠른 속도로 공급한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실하니 공대에 진학해 엔지니어로 기업에 취업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확신이 있어 상당수의 학생들이 공대를 선망한다는 설명이다.
양 사장은 정부·기업·대학 '속도전'의 단적인 사례로 BYD와 벤츠가 합작해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의 합작 결렬을 들었다. 주 5일 근무에서 4일 근무가 된 벤츠의 R&D 속도가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제)' 체제인 BYD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합작이 결렬됐다는 설명이다. 양 사장은 "이 같은 정부·기업·대학 3각 편대를 발판으로 과거 '만만디(慢慢的: 중국 특유의 여유로운 기질)'였던 중국은 이미 '차이나 스피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이제는 (중국을 겨냥해 사업을 한다면) 설계와 상품계획도 중국에서 진행돼야 하며 중국 내부에 이른바 '애국 마케팅' 현상까지 고려하면 중국에서 만들어 중국에서 파는 게 낫다"며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까지 아우른) 60억 인구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을 기존의 '경유지' 시장에서 '종착지' 시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