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내년 1분기 추가 생산 중단…"대러 제재로 증산 계획 차질"

정혜인 기자
2025.11.03 14:44

계절적 수요 둔화 전망 반영, 4월 증산 시작 후 첫 중단…"미국 제재로 인한 러 증산 계획 차질 고려한 것"

/로이터=뉴스1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모임인 OPEC+ 소속 8개국이 내년 1분기(1~3월) 추가 증산을 중단한다. 최근 시장에 퍼진 공급과잉 우려와 미국의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증산 계획 차질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 OPEC+ 소속 8개국 에너지 장관은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12월 증산량을 하루 13만7000배럴로 정하고, 내년 1~3월은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증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8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회의 후 성명에서 "1분기는 전통적으로 수요가 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계절적 (수요)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증산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OPEC+의 추가 생산 중단은 지난 4월 증산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에너지에스펙트의 암리타 센은 "1~3월은 원유 수요와 공급 균형이 가장 약한 시기"라며 "이번 (증산 중단) 결정은 OPEC+가 시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회의에 참여한 8개국은 앞서 팬데믹 기간 결정된 OPEC+ 감산 이외 하루 22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에 나섰지만, 올해 4월부터는 증산 기조로 돌아섰다. 220만배럴 자발적 감산은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종료됐다. 이들은 220만배럴 자발적 감산 종료 이후인 지난 10월에도 추가 증산에 나섰다. 다만 증산량은 8~9월의 54만7000배럴보다 적은 13만7000배럴로 축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일각에서는 OPEC+의 이번 결정을 시장에 퍼진 공급과잉 우려 이외 최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의식한 행보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 비협조적인 러시아를 압박하고자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고, 영국도 동참했다. 미국의 제재로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의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리고, 러시아의 추가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로이터 등에 "OPEC+가 (공급과잉 우려에) '눈을 깜빡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계산된 판단"이라며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 원유 공급망 전망에 불확실성이 생겼고, 지금 과잉 생산하면 나중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OPEC+는 추가 생산을 멈춤으로써 국제유가를 방어하고, 내부 결속을 보여주며 미국의 제재가 러시아산 원유에 어떤 영향을 줄지 확인하는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오후 1시 46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WTI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올해 가격 추이 /사진=CNBC

국제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전문가 일부는 OPEC+의 증산 중단을 '추가 공급 제한'으로 보고 가격 방어 요인으로 해석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이번 회의 결과는 OPEC+가 여전히 수요 부진 특히 아시아 시장의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공급과잉 우려로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대러 제재, 미·중 갈등 완화 등으로 소폭 반등해 현재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61달러대, 브렌트유는 64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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