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8.1% 늘어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여당 측 진술인들은 꼭 필요하며 감당할 수 있는 증액률이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 측 진술인들은 과도한 확장 재정보다 외환보유고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일 본청 제2회의장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올해 673조원에 비해 8.1% 증액된 728조원의 내년 예산안을 보고했다.
'슈퍼 예산'으로 불리는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 진술인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야당 측 진술인들은 8.1% 증액분이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거라고 우려했고, 여당 측 진술인들은 초과 세수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규모의 확장이며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다고 맞섰다.
야당 측 진술인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내년 예산안은 빚으로 만들어진 예산"이라며 "정부는 계속해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 보건 복지 고용 등 의무지출 분야 예산 증액 기여도는 3.0% 정도이고 일반행정 및 지방행정 증가가 전체의 19%를 장악해 경기와 아무 관련 없는 예산이 증액됐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 역시 "정부가 제출한 2026년 예산안은 728조원으로 전년 대비 8% 이상 늘어났는데 이는 물가상승률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며 "물가상승률이 2%대라면 예산성장률도 2% 정도로 맞추는 재정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예산안 증액분은 과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측 진술인 이태석 KDI 선임연구원은 "8% 증액됐다고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대비로 보면 3% 증액된 셈인데, 이는 중기성장률을 감안할 때 매우 적절한 수준"이라며 "추경 대비로 볼 때는 과도하다기보다는 충분한 규모의 확장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역시 여당 측 진술인으로 출석한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통상학)는 "(증액률) 수치는 8.1%지만 실제 내용 측면에선 합리적이거나 오히려 긴축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세입여건 때문에 더 확장적으로 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법인들의 실적 개선으로 5조~10조원 정도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미 관세협상으로 인해 대미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 확보에 재정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고는 9200억달러 정도인데 한은은 지금 4200억달러만 보유 중"이라며 "6000억달러를 쥔 대만이 1997년 외환위기를 비켜갔다는 점을 명심하고 어느 나라도 믿지 말고 재정건전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예결위장 밖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삭감된 R&D(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고 AI(인공지능)에도 10조원을 투자하는 등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예산답게 편성됐다"고 했다.
또 "2026년은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편성한 예산을 갖고 국가를 운영하는 첫해인 만큼 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법정 기일 안에 반드시 처리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아동수당 확대와 총 24조원 규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재해재난 예산 확대 편성에 대해서도 "탁월한 선택과 과감한 집중이 이뤄진 예산"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야당은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단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물가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내년도 24조원 규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재정살포 포퓰리즘 예산 투입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