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최신 버전의 AI(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 3로 AI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을 대거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서학개미들의 주간 순매수 규모가 한주만에 다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11월20~26일(결제일 기준 11월24~28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13억6996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직전주 9억3070만달러 대비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14주째 순매수 행진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2.6%, 나스닥지수는 2.9% 뛰어올랐다. 이후 27일은 추수감사절로 휴장하고 28일에 S&P500지수는 0.5%, 나스닥지수는 0.7% 추가 상승했다.
서학개미들이 11월20~26일 사이에 압도적으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최근 제미나이 3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알파벳이었다.
1주당 1표의 의결권이 있는 알파벳 클래스 A는 6억6493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3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순매수 규모는 직전 2주간 9042만달러와 2억2492만달러에서 급증한 것이다.
의결권이 없는 알파벳 클래스 C도 6823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알파벳 클래스 A와 C는 주가가 거의 비슷하고 거래량은 클래스 A가 더 많다. 서학개미들은 알파벳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알파벳 불 2배 ETF(GGLL)도 5770만달러 순매수했다.
알파벳 클래스 A와 C, GGLL을 합한 순매수 규모는 7억9086만달러(약 1조1625억원)로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 이뤄진 전체 순매수의 절반이 넘는 57.5%를 차지했다.
알파벳 클래스 A의 주가는 구글이 제미나이 3를 발표한 지난 11월18일 다음날인 19일부터 28일까지 12.6% 올랐다.
알파벳 주가는 앞서 지난 11월14일 장 마감 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올 3분기에 알파벳 주식을 약 1785만주 매수했다고 공시한 후부터 큰 폭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 11월14일 다음 거래일인 17일부터 28일까지 2주일간 15.8% 랠리했다.
알파벳 중심의 AI 생태계에서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루멘텀 홀딩스도 9883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였다. 루멘텀은 원래 데이터센터에 광회로 스위칭 장치 등 광통신 부품을 공급하는 AI 수혜주로 올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구글이 제미나이 3를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가 아닌 자체 개발한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에서 훈련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루멘텀이 TPU간 초고속 데이터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광학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최근 주가 상승폭이 커졌다.
루멘텀은 지난 11월19일부터 28일까지 31.4% 상승했다. 올들어 주가 수익률은 287%에 달한다.
구글과 TPU를 공동 개발해 알파벳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맞춤형 칩 설계회사인 브로드컴도 277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셀레스티카도 구글 데이터센터에 초고속 네트워크 스위치 등을 공급하고 구글 TPU가 조립되는 기판을 납품하는 알파벳 생태계의 주요 파트너로 1716만달러가 순매수됐다. 구글은 셀레스티카의 최대 고객이다.
AI 생태계의 주도권이 오픈AI-엔비디아에서 알파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지난주 AI주 반등에 동참하지 못했던 엔비디아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7063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6963만달러 순매수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1월19일부터 28일까지 2.4% 하락했다. 28일 종가 177.00달러는 지난 10월29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207.04달러에 비해 14.5% 낮은 수준이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를 주가가 170달러 후반대였던 지난 9월 말부터 8주째 순매수했다.
양자컴퓨팅 회사인 아이온큐는 주가가 반등한 가운데 6516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아이온큐 주가는 지난 11월20일 14.4% 급락한 41달러로 마감하며 지난 10월13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82.09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11월28일 종가는 49.30달러로 11월20일 종가 대비 20.2% 급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반등 조짐을 보인 가운데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는 5487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TQQQ는 기술주 조정 때 서학개미들의 투자가 계속되며 4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상장사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는 5049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2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비트마인은 지난 11월21일 종가가 26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28일 33.12달러로 마감해 27.4%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1월25일 S&P500지수 편입이 결정된 데이터 저장 솔루션 회사인 샌디스크도 4048만달러 순매수했다. 샌디스크는 지난 11월28일 S&P500지수에 편입돼 거래되기 시작했다.
샌디스크는 AI 데이터센터 설립 열풍으로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과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받는 고대역폭 플래시(HBF)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지난 9월 이후 주가가 50달러선에서 지난 11월12일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283.10달러까지 5.6배가량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조정을 받으며 지난 11월28일 종가는 223.28달러로 고점 대비 21.1% 하락한 상태다. 샌디스크는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던 직전주(11월13~19일)엔 6215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으나 지난 11월20일 주가가 195.96달러로 마감하며 200달러가 깨지자 서학개미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주축이 된 AI 생태계의 주요 파트너 기업들에 대해선 순매도로 대응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11월20~26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로 1억1400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미나이 3의 부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의 주요 주주다.
알파벳은 자체 AI 모델과 AI 칩을 갖추고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까지 영위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내세울만한 자체 AI 모델과 AI 칩 없이 알파벳과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생태계의 주요 기업인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도 3053만달러 순매도됐다. 크레도는 엔비디아의 GPU 연결에 핵심적인 부품을 공급한다.
오픈AI와 엔비디아의 GPU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오라클도 1619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외에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를 6227만달러 순매도했다. 테슬라 주가가 지난 11월20~26일 사이에 5.6% 상승하자 차익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슬라는 211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애플은 3317만달러의 매도 우위로 22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반도체주가 반등한 가운데 ICE 반도체지수를 반대로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와 ICE 반도체지수를 정방향으로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는 동시에 매물이 출회되며 각각 2378만달러와 2013만달러의 순매도를 보였다.
SOXS는 반도체주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로, SOXL은 반도체주가 일단 올랐으니 소폭이라도 차익을 챙기려는 욕구로 매도 우위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팅 회사인 리게티 컴퓨팅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반대로 2배 따르는 디파이언스 데일리 타겟 2배 숏 리게티 ETF(RGTZ)도 1537만달러 순매도됐다. 리게티 주가가 지난 10월 중순 이후 급락세를 이어오며 RGTZ가 급등한데 따른 차익 실현이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 역시 차익 매물로 1536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자산을 세계 최대 수준으로 보유한 스트래티지는 이번에도 샌디스크에 밀려 S&P500지수 편입이 좌절된 가운데 1269만달러 순매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