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중국도 서로 "그 칩 못 믿겠다"…애꿎은 엔비디아만 불똥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5.12.10 08:28

중국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승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 도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디비아 H200 칩이 대만 TSMC에서 생산되면 일단 미국으로 옮겨져 특별안보심사를 받은 뒤 중국행 선박에 선적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애꿎은 엔비디아 칩이 계속 불똥을 맞는 모양새다.

/로이터=뉴스1

FT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H200 도입을 부분 허용하되 구매 승인 절차를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와 중국산 칩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사유를 제출하면 규제당국이 검토, 승인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승인 이후 오히려 엔비디아 칩 수입에 제동을 걸 조짐을 보이는 것은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세우면서 미국산 칩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강력한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정책이 시행되자 반도체 자립을 위해 화웨이, 캠브리콘 등 자국 반도체 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개발한 어센드 시리즈가 이런 전략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칩에 미국이 심은 정보유출통로(백도어)가 있을 수 있다고 중국 정부가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때 미국이 화웨이 통신장비 백도어를 의심해 화웨이 제품 구매 금지령을 내렸던 현상이 거꾸로 중국에서 미국기업 엔비디아 칩 도입에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 승인과 별도로 중국행 칩을 미국 현지에서 심사한 뒤 중국에 보내는 복잡한 운송 경로를 엔비디아에 강제하는 것을 두고도 국가안보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해가 된다는 미국 내부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미 상원에는 향후 30개월 동안 중국으로 첨단칩을 수출하는 것을 상무부 장관이 허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초당적으로 발의된 상태다.

WSJ는 다만 수출용 칩에 대한 안보 검토 자체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칩 자체보다는 칩이 어느 용도로 쓰이느냐가 안보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H200 칩 수출을 허용한 것은 화웨이가 비슷한 성능을 갖춘 AI 시스템을 이미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의 최신 어센드 칩을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 '클라우드매트릭스384'가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NVL72'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가 확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다만 미 상무부와 엔비디아는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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