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연인들이 즐겨 찾는 이탈리아 명소 '연인의 아치'(Lovers' Arch)가 밸런타인데이에 몰아친 폭풍우로 무너졌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풀리아주 멜렌두뇨 산탄드레아 해안의 해식 아치, 이른바 '연인의 아치'가 지난 14일 이탈리아 남부를 휩쓴 강력한 폭풍 '오리아나'로 인해 붕괴했다.
마우리치오 치스테르니노 멜렌두뇨 시장은 "살렌토의 이미지와 관광 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치스테르니노 시장은 "피할 수 없는 비극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자연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국은 사라진 아치의 잔해는 바다에 휩쓸려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인의 아치'는 이탈리아 남동부의 살렌토 해안에 있는 아치형 바위다. 수 세기 동안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석회암 절벽이 깎여 형성됐다.
해적의 습격을 막기 위한 전략적 감시 초소였던 이곳은 18세기 후반부터 연인들의 명소가 됐다. 이 아치 아래에서 입을 맞춘 사람들은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다. 첫 키스, 프러포즈 등을 위해 수많은 연인이 이곳을 방문했으며, 최근엔 인스타그램 사진 명소로도 알려져 인기를 끌었다.
당국은 연인의 아치가 며칠간 지속된 강풍과 거친 파도, 집중 호우로 인해 암석 구조가 점차 약해지다가 결국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지중해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강력한 폭풍, 이른바 '메디케인'(지중해+허리케인의 합성어)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시속 97㎞(60mph)가 넘는 강풍과 최대 15m 높이의 파도를 동반한 메디케인은 지난달에도 어마어마한 파괴력으로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시칠리아에서는 폭풍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경사면에 있던 집들이 협곡 아래로 무너져 내리는 일도 발생했다.
안토니오 데카로 풀리아 주지사와 시스테르니노 시장은 당국이 해안 침식 속도를 늦추고 해안을 보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스테르니노 시장에 따르면 2024년 해안 침식 방지를 위한 보존 프로젝트 자금으로 450만 달러(한화 약 65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