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백악관으로부터 가장 크게 비판을 받은 국가들이 관세가 가장 (많이) 인하되는 상황이다."
무역연구기관인 세계무역경보(GTA)의 요하네스 프리츠 대표는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제동을 걸면서 교역상대국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중국·브라질·멕시코·캐나다 등이 가장 큰 관세인하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들은 미국의 무역적자에 큰 원인제공자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이 됐다. 또는 미국으로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이 유입되는 데 책임이 있다고 지적받았다.
이로 인해 대개 20~30% 안팎의 징벌적 고율관세를 적용받아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중국 관세와 관련, "평균적으로 40%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임시 대안으로 15% 일괄관세를 내밀었다. 이들 나라는 평균 관세율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반대로 미국과 애써 무역협상을 벌여 상호관세율을 나름대로 낮춰온 미국의 동맹국들은 관세가 늘어나는 손해를 입게 됐다.
평균 관세율이 2.1%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역시 평균 관세율이 0.8%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4만여개 영국 기업이 실망할 것"이라며 영국 정부를 향해 미국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도 이같은 '동맹의 역설'에 포함된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루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약 504조5600억원)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일본도 지난해 자동차·부품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 위해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만은 2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력이 약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럼에도 동맹국들은 트럼프행정부의 추가 관세조치가 가능한 만큼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까지 무역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중국은 오히려 이웃국가들이나 동맹국들보다 미국과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 컨설팅업체 APAC어드바이저의 스티븐 오쿤 대표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15% 상호관세에 동의한 (한국, 일본, 대만 등) 국가들은 이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며 "재협상을 통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보복을 피하기 위해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할지 딜레마에 처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