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선 아이스하키선수, 해군 대위 등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정부 각료 중에선 단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돋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으로 말하지만 나는 마코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무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껏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급 칭찬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을 두고서는 루비오 장관에게 농담을 섞어 "지금보다 더 잘하지 마", "사실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를 거의 해고할 뻔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집권2기 구상을 현실화시키며 착실한 일꾼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선후보경선에서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인물이 명실상부 정권 핵심 인사로 발돋움한 비결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과거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서 라이벌로 맞붙었다. 당시 악명높은 설전을 벌여 큰 화제가 됐고 특히 루비오는 "네버 트럼프"구호를 외쳐 온 공화당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기도 했다. 하지만 8년 뒤인 2024년,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수장으로 발탁됐다. 이듬해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겸직하기 시작했다. 트럼프행정부의 외교와 안보 분야를 양손에 쥔 셈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루비오 장관의 국가안보보좌관 선임과 관련해 "그는 대통령을 위해 필요한 어려운 일이나 위험한 일을 포함해 어떤 임무든 기꺼이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라며 그의 '충성심'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1971년생인 루비오는 쿠바계 이민자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바텐더, 모친은 호텔 청소부였다. 넉넉치 않은 형편으로 고교시절에는 미식축구 선수로 뛰며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진학했을 정도다. 이런 배경 때문에 루비오 장관은 '아메리칸드림'의 표상처럼 그려졌다. 쿠바계 이민자가 많은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으로 정치경력을 다졌고 39세 때 상원의원이 됐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2016년 설전을 벌였음에도 8년만에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던 까닭은 누구보다 트럼프의 외교·안보관을 충실히 따르는 충신이어서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의 '최고 외교관' 역할을 맡은 후 자신의 이전 입장들을 번복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2022년만 해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던 그는, 트럼프의 종전론에 힘을 싣고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지기에 이른다.
쿠바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력히 옹호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변화는 그를 '우리편'으로 여겼던 일부 전통 공화당원과 외교 정책 전문가들로부터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한편 그는 단순한 참모가 아니라 제재, 압박, 그리고 동맹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략 설계자로 일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 작전의 주요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더불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 국내총생산(GDP) 2%에서 5%로 대폭 상향하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그의 대표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트럼프의 외교구상을 실현해 나가는 루비오 장관은 마침내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NBC인터뷰에서 JD 밴스 현 부통령을 "아마도 유력 후보"라면서도 "(루비오 장관과) 환상의 조합"이라며 루비오 장관을 빼놓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루비오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기로 할 경우 트럼프의 찬사는 루비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