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에너지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쟁에 따른 시장 충격을 과소평가했단 지적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공습 열흘 전인 2월18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와 한 인터뷰 내용을 곱씹었다. 당시 라이트 장관은 이란과 전쟁 시 유가가 급등할 위험에 대해 질문을 받고 "전쟁이 중동 석유 공급을 교란할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때도 유가가 잠시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했다"고 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공습 여부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진행된 논의 과정에서도 이런 견해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군사 참모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결사 항전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참모들은 이란 고위 지도부를 제거하면 보다 현실적인 지도자가 정권을 잡을 것으로 확신했단 전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 가능성을 보고받았으나 단기적 우려 사항으로 치부하고 공습을 결정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판단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이라크 영해에 정박 중인 유조선을 공격하며 페르시아만 전역으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NYT는 이런 상황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전쟁을 얼마나 잘못 판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예라고 꼬집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대응할 것까지 예상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오판을 일부 인정하는 듯 했다. 그럼에도 이란의 강경대응이 결국 이란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행정부 참모들 사이에선 이번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시장의 회복력을 과신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이 불러온 기록적인 비용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