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이란이 페르시아만 전역으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시장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28분 현재 전일 대비 8.89% 오른 배럴당 100.16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WTI)은 8.3% 오른 배럴당 94.45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 IEA가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발표했지만 이란은 보란 듯 이라크 영해에 있는 유조선 2대를 공격했다. 유조선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승무원 1명이 사망했고, 이라크는 예방 조치로 자국 내 모든 석유 수출 터미널 운영을 중단했다.
이란은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방송(IRIB)은 "수중 드론 공격으로 이날 밤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2척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동시에 페르시아만 전역으로 공격 범위를 넓히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란은 바레인 연료 탱크를 겨냥한 공습도 단행했다.
이란 카탐 알안비야 군사 지휘 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단 1리터의 석유도 미국이나 시온주의자(이스라엘), 그리고 그들의 동맹에 도달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럴당 200달러 유가를 준비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라크에서 유조선이 피격된 뒤 오만 역시 예방 차원에서 미나 알파할 석유 수출 터미널에서 모든 선박을 철수시켰다. 호르무즈 해협 밖에 위치한 이 터미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에서 중동산 원유를 세계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항구 중 하나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이 항구에선 하루 약 100만배럴의 오만산 원유가 수출된다.
투자회사 IG그룹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를 통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하자 이란이 직접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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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발 긴장이 고조되면서 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카드는 시장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IEA 32개 회원국은 11일 4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만장일치 합의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1억7200만배럴을, 한국은 2246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또 일본은 3050만배럴, 캐나다는 2360만배럴, 독일은 1950만배럴, 프랑스는 1450만배럴을 각각 방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비축유 방출에 반대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2시간 사이 참모들의 조언을 듣고 돌연 입장을 바꿔 방출 결정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이 유가를 충분히 안정시키지 못할 거란 회의론이 많다.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4억배럴이란 방출 규모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인 하루 약 2000만배럴의 20일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투자회사 배녹번 캐피탈 마켓츠의 대럴 플레처 원자재 담당 이사는 "IEA의 비축유 방출이 이런 상황을 낳을까 우려했는데 결국 시장에서 거의 무시됐고 가격은 더 올랐다"면서 "이번 조치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