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전례없는 규모로 전략비축유를 방출키로 했지만 치솟는 국제유가를 멈추기엔 버거운 모습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이 있는 페르시아만 전역은 물론 인근 홍해까지 위협하면서 원유수급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미국은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한 세계 공동노력의 일환으로 전략비축유를 1억7200만배럴 방출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약 4억1500만배럴로 최대용량의 60%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IEA가 원유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총 4억배럴을 방출키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IEA 역사상 최대규모다. 한국도 2246만배럴을 방출키로 했다.
IE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흐름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량이 분쟁 전의 10% 미만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다.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우리시간으로 12일 한때 배럴당 101.53달러를 기록한 뒤 95달러선에서 거래됐다. 미국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은 8% 오른 배럴당 95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90달러선을 가리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전쟁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고 말해 유가가 안정되는 듯했으나 이내 불안감이 고조된 것이다.
이란은 보란 듯이 이라크 영해에 있는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 유조선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승무원 1명이 사망했고 이라크는 예방조치로 자국 내 모든 석유수출 터미널 운영을 중단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방송(IRIB)은 "수중드론의 공격으로 이날 밤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2척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바레인 연료탱크를 겨냥한 공습도 단행했다. 이라크에서 유조선이 피격된 뒤 오만 역시 예방 차원으로 미나 알파할 석유수출 터미널에서 모든 선박을 철수시켰다. 호르무즈해협 밖에 위치한 이 터미널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속에 중동산 원유를 세계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항구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준관영 매체인 파르스통신은 예멘의 친이란 무장조직 후티반군과 여러 저항세력이 개입하면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의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홍해는 호르무즈해협(페르시아만)의 대체수송로로 거론됐지만 이곳마저 막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편 전략비축유 방출공조에 따라 △일본은 3050만배럴 △캐나다는 2360만배럴 △독일은 1950만배럴 △프랑스는 1450만배럴을 각각 방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이란발 긴장이 고조되면서 비축유 방출카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4억배럴은 평소 하루에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수송량 약 2000만배럴의 20일치에 불과하다.
투자회사 IG그룹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이란의 유조선 공격에 대해 "IEA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하자 이란이 직접적으로 강경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