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0년간의 준비 끝에 전국 단위 장기요양보험을 제도화한다. 0.3%의 보험료율로 2028년부터 중증기능상실자의 생활의료서비스가 시행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중국이 5개년 사회·경제 계획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실버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관련 시장을 파고들 공간도 커질 수 있다. 앞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에 '실버경제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25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장기요양보험 제도 구축을 가속화하기 위한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했다. 장기요양보험의 전국적 시행이 의견의 핵심이다. 장기요양보험은 중국에서 양로보험과 의료보험, 실업보험, 산재보험, 출산보험에 이은 '제 6의 사회보험'으로 통한다.
'의견'은 2028년까지 전 국민을 포괄하고 도시와 농촌을 통합하며 지속 가능한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기본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명시했다. 중증 장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기본 생활 돌봄과 관련 의료·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비용을 보장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보험료율은 약 0.3%로 설정됐다. 재직 근로자의 경우 기업과 개인이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며 퇴직자는 연금 수준에 따라 납부한다. 도시·농촌 일반 주민은 초기에는 보험료 절반 수준만 부담하면 된다.
중국은 전국 단위 장기요양보험 제도화를 위해 10년을 준비했다. 2016년 15개 도시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시기가 무르익었단 판단에서 이제 전국 제도화 단계로 넘어갔다. 2028년부터는 건강 모니터링과 재활운동 보조, 식사보조, 이동보조 등 국가가 정한 36개 항목의 생활 돌봄과 의료·간호 서비스가 보험 제도권 안에 편입되는 셈이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이 국민과 기업에 최대한 부담을 적게 주는 수준에서 설정됐단 점을 부각시켰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단을 이례적으로 4.5%로 낮출 만큼 경기 둔화 국면이어서다. 돈을 더 많이 걷는다는 신호를 최소화하기 위한 걸로 풀이된다. 다이웨이둥 저장재경대 장기요양보험 연구센터 주임 교수는 "0.3%는 가장 낮은 사회보험요율"이라며 "핵심은 재정이 아니라 서비스 공급 체계 구축"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은 "매달 밀크티 한 잔 값으로 중증장애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난성의 보험료율 적용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0.3%의 보험료율을 기업과 개인이 각각 절반, 즉 0.15%씩 부담한 결과 재직 근로자의 월 평균 보험료는 약 12위안(약 2600원)이었다. 개인 기본연금을 기준으로 한 0.15% 보험료율의 퇴직자의 경우 월 평균 보험료는 5위안이었으며 도시·농촌 일반 주민은 2위안 수준이었다.
중국이 10년에 걸친 준비 끝에 장기요양보험 제도화에 나선 배경은 급격한 고령화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억2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6% 비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30년이면 이 비중이 20%에 육박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있다.
장기요양보험의 전국적 제도화 추진은 중국이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실버경제를 육성하려는 시점과도 맞물렸다. 중국은 이미 2024년 1월 국무원 1호 문건에서 '실버경제(銀髮經濟·은발경제) 발전 추진'을 공식 명시했다. 이를 통해 고령화와 관련 산업의 연계 물꼬를 트고 의료와 요양, 건강 회복을 결합한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를 세웠다.
장기요양보험 전국 시행은 이 같은 실버경제 성장의 발판이 될 전망이란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험 재원을 통해 돌봄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불 능력이 확보되면서 서비스 공급 확대와 산업화로 이어진다는 것. 자오중 중국인민대 교수는 지난해 논문을 통해 "장기요양보험은 돌봄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고 관련 기업의 진입을 확대해 실버경제 성장을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AI(인공지능)·로봇 산업과의 연계 폭발력이 클 전망이다. 펑시저 푸단대학교 노령연구원 원장은 "AI와 로봇 기술의 광범위한 활용은 노인 돌봄 산업 인력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인민일보는 현재 중국의 실버경제 관련 시장 규모를 7조위안(약 153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홍콩무역발전국 등 연구기관과 시장 분석에서는 이를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6%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 실버경제 시장에 참여할 여지도 작지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병원의 절대숫자보다 관리시스템 부족이 지적되곤 한다. 한국의 만성질환 관리 모델, 퇴원 후 관리 시스템, 노인 재활·회복 의료, 의료 IT 관리 시스템 등 검증된 디지털헬스 모델은 실버경제를 추진하는 중국이 목말라하는 부분이다. 요양시설 운영 컨설팅, 장기요양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 요양 운영 모델도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실버 경제 등 신흥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 성과를 창출하자"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주 한중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은 '실버경제 분야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