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주가가 하루만에 15% 급락했다.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난 데다 믿었던 북미시장에서도 향후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덮친 영향이다. 월가는 특히 미국에서 휘발윳값이 심리적 기준선까지 치솟으면서 개인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이키는 전일 대비 15.51% 내린 44.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2015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다. 같은날 뉴욕 증시가 이란 전쟁 종결 기대감으로 상승 마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의 주가 급락은 예상보다 매출 회복이 더딘 데 따른 것이다. 나이키는 31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 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이 전년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1.9%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나이키는 온러닝, 호카 등 신흥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 부진을 겪어왔다. 특히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재고가 늘었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물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며 우려를 키웠다.
최근에는 이란 전쟁으로 중동 상황이 악화된 것이 나이키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 내 대표 소비재 종목으로 꼽히는 나이키의 주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2월 말 대비 약 30% 하락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 의류 업종 전반으로 확산한 영향이다. 설상가상으로 치솟는 휘발유 가격이 미국인들의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제한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매슈 프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와 관련해 "중동 정세의 혼란과 원유 가격 상승은 제품 원가 및 개인 소비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은 특히 휘발유 가격이 개인의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그 기준점이 되는 것이 4달러(약 6100원)로 이는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는 '심리적 벽'이라고도 불린다.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시장이 요동친 2022년 8월 이후 역대 최고인 갤런당 4달러(약6100원)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 징후는 이미 포착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미국의 주간 항공 및 의류 지출 증가율은 전주 대비 둔화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여행이나 쇼핑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간 나이키의 판매 실적을 지탱해 온 북미지역에서의 소비 둔화가 명확해질 경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는 나이키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나이키가 북미 시장에서는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향후 높은 원유 가격이 제품 비용을 상승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