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높은 가격 탓에 주로 군사용으로 쓰이던 고성능 적외선 칩의 가격을 기존보다 99%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하면 칩 가격을 약 10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가격 인하를 발판으로 이 칩이 널리 쓰이면 자율주행차 성능 개선에도 활용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중국 시안전자과학기술대 연구팀이 기존의 고가 소재 대신 일반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고급 적외선 칩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시안전자과학기술대에 따르면 해당 칩의 양산은 올해 말 시작될 예정이다.
이 칩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단파 적외선을 감지한다. 단파 적외선은 안개와 연무, 연기를 비교적 잘 통과하는 한편, 가시광보다 미약한 빛에도 반응해 이를 활용한 센서는 육안으로 물체를 식별 불가능한 어두운 환경에서도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가 짙은 안개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하고 공장에서는 포장 내부의 불량 제품을 탐지하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어두운 환경에서 장애물과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기존에는 높은 가격 때문에 군사 및 첨단 과학 연구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위성 정찰과 드론 감시, 미사일 유도 등에 활용되며 칩 한 개 가격은 수백에서 수천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가격이 높은 이유는 인듐, 갈륨, 비소와 같은 고가 소재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해당 소재는 일반 반도체 제조 공정과의 호환성이 낮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단파 적외선 칩 제조의 새로운 접근법을 발표했다. 실리콘·게르마늄과 CMOS(상보형 금속산화물 반도체) 공정을 활용했다. 이는 일반 반도체 생산에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방식은 기존 칩 대비 최대 99%의 비용을 절감, 칩 가격 10달러 시대가 가능하다.
값싼 소재로 기존 성능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실리콘과 게르마늄은 결정 격자 간격이 약 4.2% 차이 나는데 이로 인해 결함이 발생할 수 있어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충층을 추가하고 열처리 및 화학 공정을 통해 칩 표면을 봉합해 전류 누출을 방지했다.
연구팀은 항저우 연구소와 자체 설립한 즈신반도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자체 공급망을 구축한 상태다. 실리콘·게르마늄 생산 라인은 현재 건설 중이며 올해 말 가동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탐지 효율과 노이즈 제어 측면에서 이번 성과는 소니, TSMC 등 글로벌 선도 기업 수준에 도달하거나 일부는 이를 능가했다"며 "군사용과 고급 연구실에 국한됐던 기술을 민간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