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동에서 발생한 무력 분쟁으로 전 세계가 '전쟁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국제 갈등 중재자 역할을 맡은 유엔의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차기 총장 선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위원회 설립, 지원금 삭감 등으로 유엔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특히 주목받는다. 또 유엔 설립 8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장이 탄생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유엔은 오는 21~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후임 후보 4명을 대상으로 '상호 대화'(Interactive Dialogues·대화형 토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닐레나 베어보크 유엔총회 의장 측에 따르면 토론회는 하루에 후보 2명씩 오전과 오후로 나눠 3시간씩 진행된다. 토론회는 후보들의 정책 방향을 담은 비전 선언문의 발표와 회원국 및 시민사회단체의 질의응답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후보는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등이다. 이 가운데 바첼레트 전 대통령과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 2명은 여성이다. 유엔은 1945년 10월 출범 이후 8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여성 사무총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여성 후보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유엔 총회는 지난해 9월 채택한 결의에서 여성 사무총장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유감을 표명하며 회원국들에 여성 후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도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여성을 선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유엔 회원국들이 여성 후보만을 지지하고 더욱 투명하고 포용적인 선출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 사무총장 선출 캠페인 '여성 SG'(Woman SG)는 "성평등, 인권, 다자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여성 지도자를 임명하는 것은 단순한 상징적 조치를 넘어 유엔의 정당성, 효율성,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 규정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은 15개국으로 구성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천을 바탕으로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임명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는 각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 사무총장인 구테흐스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그는 포르투갈 총리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을 거쳐 2017년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했고, 지난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차기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5년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