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성 존 그레이가 말하는 미국 '제국'의 종말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04.18 06:00
[편집자주] 영국의 대표적 지성 중 한명인 철학자 존 그레이는 4월 8일자 뉴스테이츠먼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이란전쟁을 통해 미국이라는 "제국(empire)"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레이가 말하는 '제국'은 무력으로 팽창하는 제국주의와 달리 정치경제, 문화적 힘으로 세상을 이끄는 나라에 좀 더 가깝습니다. 물론 그레이는 제국주의와 제국을 그리 분명히 구별해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존 그레이는 미국의 '제국' 통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페트로달러'로 보고 있습니다.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의해 석유 거래를 달러로 하게 만든 것이 달러패권을 유지하는데 기여했고, 이 달러패권이 미국 '제국'을 떠받쳐왔다는 것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이 페트로달러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또 흥미로운 관찰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직전에 공격 정보를 알고 있는 미국의 '내부자들'이 석유 선물(先物) 투자를 하거나 해외 '베팅' 사이트에서 공격에 베팅하는 모습이 급증하더라는 것입니다. 석유 선물 투자는 몇 분만에 평소보다 16배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존 그레이의 비판은 영국과 유럽 지식인들이 트럼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4억 인구의 중국이 치고올라오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고 있는 늙은 '제국' 미국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든 재편해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 트럼프 행정부라 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질서에 작은 땜질을 했을 뿐입니다. 트럼프의 그런 노력이 무리로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무리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시선에서는 팔짱끼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 유럽이 못마땅합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을 무료로 만끽할 뿐입니다. 중국이 커오니 어떤 유럽국가들은 중국에 접근하기도 합니다. 영국의 대표적 지성 존 그레이의 이 에세이는 미국 '제국'의 몰락만을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그 대안에 대해서는 원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오만함에서 오는 어리석음을 피하라는 정도의 원론으로 미중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이기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어떻게해서라도 승리하려 할 것입니다. 과거 압도적 힘을 가지고 있을 때는 미국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는 미국은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미국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초조해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흉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패권경쟁 승리를 위해 분주해질 것이고 우리는 그런 모습을 선악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담담히 관찰하고 우리의 국익에 일치하는지 불일치하는지 여부만 판단하면 됩니다. 우리는 이제 이상과 국제법을 이야기하던 시대에서 다시 힘과 힘이 격돌하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생성AI 사용)

전쟁이 10일째 되는 날인 3월 9일,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미국의 이란 군사개입을 "짧은 출격(a little excursion)"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것이 출격인지 전쟁인지 질문받자, 그는 둘 다라고 답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출격이다." 이어 그는 해당 작전이 "원래 일정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곧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이 짧은 '출격'은 재앙으로 향하는 행군으로 드러났다. 그의 "주요 전투 작전"은 지난해 6월 "완전히 제거됐다"고 주장됐던 이란의 핵 능력 확보를 차단하는 데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작전 이전의 상황을 복원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하지만 어떤 목표가 되었든 전쟁 이전의 현상 유지는 되돌릴 수 없다. 군사력으로 서방 선박의 해협 통항을 재개하려 할 경우 미국 측에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미군이 철수하는 즉시 해협은 다시 이란의 통제 아래로 돌아갈 것이다. 트럼프는 이 핵심 해상 운송로를 이란에 넘기지 않고서는 승리를 선언하고 물러날 수 없다.

설령 4월 6일 파키스탄에서 나왔다는 보도처럼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휴전안이 합의·이행된다 하더라도, 이란이 유리한 위치를 점했을 것이다. 비록 폭격은 당했지만 세계 경제를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군사-신정 독재국 이란은 미국의 제국적 권력을 최종적으로 해체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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