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강조하면서 지정학적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전 세계 군비 지출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비 지출이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총 2조8900억달러(약 4260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전 세계 군사비는 11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따라 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 대비 군사비 비중은 2.5%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지출국으로 꼽힌 미국 중국 러시아의 합계는 1조4800억달러(약 2176조원)로, 이들 세 나라가 전 세계 군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군사비 증가율 자체는 전년(9.7%) 대비 둔화됐다. 이는 미국의 지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미국의 군사비는 9540억달러(약 1403조원)로 7.5% 감소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군사 지원이 승인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9.2%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군사비는 6810억달러(약 1001조원)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SIPRI는 "미국의 안보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주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군사비는 3360억달러(약 495조원)로 전년 대비 7.4% 증가하며 31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밖에 일본은 9.7% 증가한 622억달러(약 91조원)를 기록했으며, GDP 대비 비중은 1.4%로 195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477억7000만달러(약 70조원)로 GDP의2.6%를 나타냈다. 한국의 이 비중은 2020년 이후 2.6% 안팎을 유지해 왔다.
대만 역시 군사비 지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82억달러(약 27조원)로, 1988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군의 대만 주변 군사훈련 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럽도 군비 증강 흐름에 동참했다. 유럽의 지난해 군사비 지출은 14% 증가한 8640억달러(약 1270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비도 전년 대비 각각 5.9%, 20% 증가, 군사비 지출 순위는 각각 3위와 7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