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군사동맹과 중국의 재개입 가능성 등이 결합되면서 대북 억제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 스탠퍼드대학교 프리먼 스폴리 국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김정은 정권의 위험한 관계(Kim's Dangerous Liaisons)'에서 "한반도는 북∙러 군사동맹, 중국의 전략적 재개입, 미국의 우선순위 변화 등으로 다층적 전략 경쟁의 최전선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북∙중∙러의 3각 위협을 통제할 새로운 다자 억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스트로 교수는 한반도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안보 구조의 역사적 진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단순한 남북 간 충돌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유엔군, 중국 인민지원군, 소련의 후원이 맞물리면서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경쟁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3년 전쟁과 휴전협정, 비무장지대(DMZ) 구축도 결국 전쟁 종결이 아닌 '미완의 억제 체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질적으로 바꿔놓은 결정적 사건으로 꼽힌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 위기를 재래식 충돌에서 핵 억제 위기로 전환시켰다. 또한 2006~2017년까지 이어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개발은 북한이 미국 본토 안보까지 위협하는 전략적인 변수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마스트로 교수는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한반도 안보 환경을 다시금 변화시킨 중대 변수로 지목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낙후된 북한군을 과소평가했지만 러시아의 지원 하에 현대전 경험을 축적한 실전형 군대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과 병력을 제공하는 대신 실전 경험, 전술 데이터, 첨단 기술 이전이라는 훨씬 더 전략적인 자산을 확보했다. 특히 드론 운용, 전자전, 지휘통제 교란, 정밀타격, 분산기동 등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검증된 전술이 북한군 내부로 이전되는 점은 한국과 주한미군에게 새로운 위협요인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라는 새로운 후원자를 확보하면서 일방적인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평가했다. 과거 중국은 핵개발을 완전히 용인하지 않았지만, 체제 붕괴를 방치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관리했고 이는 북한에게 전략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북∙러 관계가 심화되면서 이러한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유엔 제재와 감시체계를 약화시키고 무기 거래와 금융·에너지 지원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공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자율성을 크게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거 '중국 의존'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묶어둔 족쇄였다면, 북∙러 동맹으로 족쇄가 느슨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의 대남, 대미 모험주의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마스트로 교수는 경고했다.
나아가 북∙러 밀착이 중국의 대북 접근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과도하게 기울 경우 자국의 한반도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복원 및 전략적 공조 강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후원 경쟁을 활용할 외교적 공간을 넓힘으로써 결국 더 높은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 역량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북한은 한∙미 동맹군에 절대적으로 열세지민, 미사일 역량만큼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명중 오차가 2024년 수km 수준에서 1년 만에 수십~수백 m 수준으로 개선된 점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또한 러시아 전장에서 축적한 실전 경험과 개선된 미사일 정확도, 러시아산 위성·전자전 기술이 결합될 경우 북한은 훨씬 정교한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따라서 마스트로 교수는 한반도의 억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북한의 도발이나 핵무기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 발발 시 중국은 체제 붕괴 방지와 국경 안정, 핵시설 확보를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크며, 러시아는 북∙러 조약과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군사∙기술∙군수 차원의 지원 또는 직접 개입을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한반도 분쟁을 단기간 국지전이 아닌 다층적 국제전으로 비화시킬 위험을 높인다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마스트로 교수는 현재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도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유럽이나 중동에 비해 한반도 문제를 후순위로 두고, '동맹 현대화'라는 명분 하에 한국의 방위 책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1950년 '애치슨 라인'에서 한반도를 방위선에서 제외시켰던 사례와 비교하며 이러한 신호가 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의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해법이 미국의 일방적인 부담 증가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국방비 확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첨단 전력 강화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결합될 때 가장 강력한 억제 구조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마스트로 교수는 "강력한 미국의 공약과 강화된 한국의 자주적 방위 역량이 결합된 새로운 '3각 억제 체제'만이 김정은의 대담성, 러시아의 후원, 중국의 계산이 교차하는 한반도 새로운 안보 위협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