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3주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가운데 반도체주에 올인하고 있다.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중 8개가 반도체 업종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AI(인공지능)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5월21~27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1억8183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직전주 9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전환한 것이다.
이 4거래일 동안(5월25일은 메모리얼 데이 휴장) S&P500지수는 1.2%, 나스닥지수는 1.5% 올랐다. 이후 28~29일 이틀간 S&P500지수는 0.8%, 나스닥지수는 1.1% 추가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기술주 위주로 랠리를 계속했던 지난 5월21~27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메모리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였다. 마이크론은 3억7202만달러의 압도적인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주(5월26~29일)에만 29.3% 급등했다. 지난 5월 한달간 상승률은 87.8%에 이른다. 그럼에도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들어 240% 폭등했다.
주가가 이처럼 많이 올랐음에도 마이크론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마이크론 불 2배 ETF(MUU)조차 9926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서학개미들이 메모리 반도체산업 전반을 낙관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75%를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3대 메모리회사에 투자하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 역시 7479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이 이 기간 동안 두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아직 상장되기 전인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테마 스페이스 이노베이터스 ETF(NASA)였다. 서학개미들은 이 ETF를 직전주 6379만달러에 이어 1억7399만달러 순매수하며 2주 연속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올려 놓았다.
NASA는 스페이스X 외에 우주 발사기업인 로켓 랩과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되는 우주 기반의 셀룰러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기업인 AST 스페이스모바일 등 우주 개발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중에서 이 NASA와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종목이 모두 반도체기업이란 점이다. QQQM은 6325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이 두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반도체기업은 지난 5월27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었던 마블 테크놀로지다. 호실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블은 긍정적인 실적을 내놓고도 28~29일 주가가 3.2% 오르는데 그쳤다.
서학개미들은 마블에 이어 30개 반도체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를 1억2499만달러 순매수했다. SOXX는 ICE 반도체지수를 그대로 추종한다.
반면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는 가장 많은 2억853만달러를 순매도했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 하락시 3배의 손실을 입는 만큼 단기 매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AI 추론이 급증하면서 급성장이 기대되는 CPU(중앙처리장치) 칩시장을 겨냥해 암 홀딩스와 인텔, AMD도 순매수했다.
암은 반도체 설계만 라이선스하고 직접 판매는 하지 않았으나 지난 3월에 AI 데이터센터용 칩인 암 AGI CPU를 공개하면서 칩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암은 1억1378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암 주가는 지난주 15.3% 올랐다. 올들어 233% 급등하며 상승 탄력이 계속되고 있다.
인텔은 직전주에 6110만달러 순매도됐으나 바로 7670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인텔은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 지난 5월11일 고점을 찍고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텔 주가는 지난주 4.3% 하락했고 5월 한달간은 15.1%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들어 수익률은 여전히 210%가 넘는다.
AMD는 679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AMD는 CPU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칩으로 불리는 GPU(그래픽 처리장치) 가속기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AMD 주가는 지난주 10.4% 올랐고 올들어 140% 넘게 상승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5월21~27일 사이에 SOXL에 이어 테슬라를 두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다. 테슬라는 2억469만달러의 매도 우위로 5주째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8667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테슬라 주가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5일 연속 9.0% 오르자 큰 폭의 차익 실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주가가 445달러에 막혀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400달러 위에서 꾸준하게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 3.1% 하락했다.
한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직전주 5441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던 디렉시온 데일리 사우스 코리아 불 3배 ETF(KORU)가 차익 실현으로 1억6368만달러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KORU는 MSCI 코리아 20/5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른다.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 산업에 투자한다는 소식에 지난주 주가가 13.2% 오른 아이온큐는 차익 매도가 계속되며 1억5991만달러 순매도됐다. 아이온큐 주가는 올들어 60.6% 올랐는데 서학개미들은 추가 상승 여력에 회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온큐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파이언스 데일리 타겟 2배 롱 아이온큐 ETF(IONX) 역시 7951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올들어 AI가 소프트웨어 업종의 수익모델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로 매도 우위가 지속되며 1억5343만달러 순매도됐다.
하지만 지난 5월27일 장 마감 후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노우플레이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소프트웨어 업종이 되살아난 가운데 지난 28~29일 이틀간 주가가 18.1% 급등했다. 그럼에도 올들어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11.9%다.
샌디스크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트레이더 2배 롱 샌디스크 데일리 ETF(SNXX)도 1억4545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샌디스크는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으로 올들어 주가가 614% 폭등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지난주에도 14.6% 올랐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와 CPU 관련 기업에 쏠리면서 GPU 가속기가 주력인 엔비디아는 1억1366만달러 순매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주 2.0% 하락했다. 올들어 수익률도 13.2%에 그친다.
서학개미들은 이외에 아마존을 7843만달러 순매도했다. 아마존은 지난주 주가가 1.6%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17.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