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고용시장 호조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뉴욕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지수와 미 국채, 국제 금값이 동반 급락했다. 최근 수년간 월가 강세장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관련주와 비트코인 등 대표적인 투기성 자산이 동시에 조정 받았다. 오는 12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스페이스X가 개인투자자 자금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로 떠올랐다.
금리인상 공포에 패닉셀…주식·채권·금 '트리플 약세'
지난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00.63포인트(2.65%) 하락한 7383.6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21.53포인트(4.18%) 내린 2만5709.43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5.15포인트(1.35%) 내린 5만866.78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 하락폭은 2025년 4월 이후 최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달 대비 17만2000명 증가하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월가에서 확산됐던 노동시장 둔화 우려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에선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전거래일보다 6bp(0.06%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4.5%를 넘어섰고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를 돌파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확률을 전날 50%에서 이날 70%로 올려 반영했다.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면서 최근 차익실현 매물로 하락세를 보였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증시 매도세가 확대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이날 10.3% 폭락했다. 코로나19 쇼크가 발생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브로드컴(-7.9%), 마이크론(-13.3%)과 AMD(-10.9%), 마벨테크놀로지(-13.3%) 등 주요 AI 반도체 종목들도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6.2% 하락했다.
최근 AI 서버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급등했던 마이크론은 이날까지 이틀 동안 주가가 18% 가까이 폭락했다. 브로드컴 역시 이틀 동안 20%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뉴욕 시장에선 하루 만에 1조달러(약 1500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이번 보고서로 미국 경제의 건전성은 확인됐으나,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카슨 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라이언 데트릭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고용 보고서는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라며 "시장은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던 종목들을 하락시키며 저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도 6만달러 선 아래로 밀려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국제 금값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 강화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3.1% 내린 온스당 43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 가격은 이날 하락으로 연초 수준으로 떨어지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뉴스1 등을 종합하면 최근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밈주식, 레버리지 ETF, 제로데이옵션(0DTE), AI 관련주 등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투자처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게다가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가 12일 뉴욕 상장을 준비하면서 투자 자금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미국에서만 600개가 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 출시됐다. 올해 들어 스페이스X 관련 ETF 신청도 20건 이상 접수됐으며 오픈AI와 앤트로픽 역시 대형 IPO 후보로 거론된다.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캐스 교수는 "올해 말 예상되는 오픈AI와 앤트로픽 IPO까지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같은 자금을 여러 투자처에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 물량의 최대 3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할 계획이다. 일반 IPO의 개인 배정 비중이 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현금 여력은 과거보다 줄어든 상태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 자료에 따르면 고객 자산 가운데 현금 비중은 201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유 자산 일부를 매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의 또 다른 대표 기업인 테슬라가 자금 이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F/m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모리스는 "최근 기술주와 비트코인 조정은 투기성 자산의 과열이 얼마나 빠르게 식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스페이스X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슈로더의 미나 크리슈난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9주 연속 상승으로 투자 포지션이 이미 과도하게 쏠려 있었고 이번 고용보고서가 매도세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페이스X가 새로운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JP모간 분석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IPO 종목의 상장 첫날 강세 흐름을 86%의 확률로 추종했으며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후 수주 동안 추가 매수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의 등장은 투기적 자금이 다음으로 어디를 향할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 IPO의 과제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그 관심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