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만난 시진핑·김정은…"무역 협력 확대"에 "전면적 이행할 것"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조성준 기자
2026.06.08 19:50

(종합)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신화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농업,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언급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 같은 관계 발전 방안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겠다며 북한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단 점을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은 더 넓은 시야로 미래를 바라보고 양국 관계 발전 과정에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며 "북중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의미와 강한 동력을 부여하고 지역 평화와 발전의 더 밝은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 고위급 교류를 통한 정치적 신뢰 강화△실질 협력 확대△ 전통 우호 계승△전략 협력 강화 등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네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최고 지도자의 전략적 지도는 북중 관계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김 위원장과 긴밀한 전략 소통을 유지해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양당 관계의 역할을 강조하며 당 운영과 국가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외교, 법집행, 군사 분야 교류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북한과 발전 전략 연계를 강화하고 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보건의료 등 분야 협력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며 "국경 통로의 전면 재개와 민항 노선 및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아시아는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의 삶의 터전"이라며 양국이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각자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베이징 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각 분야에서 활발히 발전해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제시한 북중 관계 발전 방안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겠다"며 경제, 무역, 인프라, 과학기술, 교육, 인문 교류 확대를 약속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한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며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정책과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7년만의 방북…대북 영향력 입증?

시 주석은 이날 정오 전용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해 북한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1박2일로 이뤄지는 이번 시 주석의 방북 일정에는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도 동행했다.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차를 타고 광장에 도착하자 기마 의장대가 도열해 맞이했고 군악대는 환영곡을 연주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약 7년만이다. 7년 전에도 김 위원장 부부는 공항에서부터 시 주석 부부를 직접 영접했다. 북한이 2019년과 동일한 최고 수준 국빈 의전을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신화사

이번 방북은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년 7개월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예방하며 "실질적 협력을 촉진 양국 전통 우호에 새로운 시대적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에 작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성격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통해 미국 등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입증하려 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시 주석 방북은 지난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이은 베이징 방문과 미중, 중러 정상회담에 이어 성사됐다.

사진=신화사

특히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이 북한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 자체가 미중 전략 논의의 주요 화두인 셈이다. 시 주석으로선 오는 9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대외에 강하게 인식시키려 할 수 있다. 양국 관계가 수년에 걸쳐 이전만 못하단 시각이 있는 만큼 이 같은 '영향력 입증' 필요성은 한층 크단 해석도 있다.

북한 두만강을 통한 중국의 동해 진출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지도 관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북한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 협의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중러 양국은 특히 '북한과 함께'란 문구를 넣어 이 프로젝트가 북한도 포함된 3자 협의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북한을 동북아 물류와 전략 구조에 다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핵문제 어디까지 논의될까

북한은 이번 회담을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계기로 삼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무부장은 미중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에 동의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북핵 대응 기조가 본격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이재명 정부에게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지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중단-축소-폐기'라는 구조로 접근한다는 'END 구상'을 지난해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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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 목표를 포기하지 않되 일단 단기적으로 지금 상황을 중단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기 목표는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과 같은 (일종의) 모라토리엄으로 잡고 현실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주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중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핵을 묵인한다는 것은 미국 중심의 NPT(핵확산금지조약) 질서 약화를 의미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화 질서'에서 북한도 정당한 주권과 안보를 누릴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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