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500만년 전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의 콜라겐 정보로 만든 이른바 '티렉스 가죽' 가방이 경매에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최초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가죽 가방이 오는 11일 프랑스 파리 오텔 드루오에서 열리는 지켈로 경매에 부쳐친다. 낙찰 예상가는 30만~50만유로(한화 약 5억2800만~8억8000만원) 수준이다.
이번 경매를 맡은 알렉상드르 지켈로는 AFP에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는 물건인 만큼 가격 산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룡 화석과 영화 '쥬라기 공원'이 패션과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이 크다. 이 가방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 핸드백은 실제 공룡 가죽이 아니라 화석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활용해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 가죽으로 제작됐다.
짙은 청록색 가죽으로 제작된 이 가방에는 가볍게 들 수 있는 손잡이가 달려있으며 가방 윗면에는 지퍼가 달렸다.
가방 제작에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ML', 유전체 공학 기업 '더 오가노이드 컴퍼니', 바이오 소재 기업 '랩그로운 레더'가 참여했다. 디자인은 폴란드 디자이너 미하우 하다스가 설립한 고급 테크웨어 브랜드 '앙팡 레베'(Enfin Levé)가 맡았다.
이들은 지난해 4월 '티라노 가죽' 개발 계획을 발표한 후 1년 만인 지난 4월 제작을 완료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트 주 박물관 전시를 통해 가방을 공개했다.
제작팀은 지난해 5월 2001년 미국 몬태나주태나주에서 발견된 6700만년 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대퇴골 화석에서 추출한 콜라겐 정보를 분석해 '티렉스 가죽'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계산생물학과 인공지능(AI) 모델링을 활용해 누락된 유전 정보를 예측·재구성했고 이를 토대로 합성 DNA를 설계한 뒤 미상의 동물 세포에 주입, 수십억 개의 유전자 조작 세포를 배양해 가죽과 유사한 구조의 소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는 멸종 생물의 유전 정보 복원보다는 동물 도살이나 삼림 파괴 없이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생분해되는 가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는 게 제작팀의 설명이다.
VML의 글로벌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바스 코르스텐은 "현재 실험실에서 배양한 가죽은 모조품으로 여겨져 고급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티렉스 가죽'을 통해 이런 인식을 완전히 바꾸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티렉스 가죽'을 최고급 소재로 포지셔닝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윤리적인 소재가 기존 가죽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티렉스 가죽'을 만든 프로젝트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티라노사우루스 등 수각류 공룡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메릴랜드대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토마스 홀츠 주니어는 "실험실에서 만든 가죽은 실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피부나 DNA가 없기 때문에 진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하는 일은 마치 환상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해당 가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의 유전 물질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티렉스 가죽'이라고 표현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토마스 미첼 더 오가노이드 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시도에는 항상 비판이 따른다"며 "이는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