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치료비조차 마련하지 못했던 중국의 한 여성이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남편이 31억원대 재산을 숨겨온 사실을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충칭에 거주하는 왕(53) 씨는 남편 허 씨와의 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남편이 자신 몰래 1400만위안(약 31억원)의 자산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
1998년 결혼한 왕 씨는 이듬해 딸을 낳았다. 그러나 왕 씨에 따르면 남편의 폭행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특히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만 10차례 이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왕 씨는 폭행 흔적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상처 사진 132장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갈비뼈 3개가 부러지고 뇌 손상을 입었으며, 이후 심각한 우울증과 청력 저하 증세까지 겪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의 외도도 이어졌다. 허 씨는 내연녀와 관계를 유지했으며, 한 차례는 내연녀를 집으로 데려와 왕 씨를 모욕하기도 했다. 내연녀는 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청부업자를 고용해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이혼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씨는 딸을 위해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당시 13세였던 딸이 무릎을 꿇고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왕 씨는 오랫동안 남편의 재산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수입과 자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수년간 남편의 금융 거래 내역을 추적한 끝에 1400만위안이 은닉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허 씨가 거액의 자산을 보유하고도 아내에게는 월 2500위안(약 46만원)의 생활비 지급마저 거부했다는 점이다.
왕 씨는 폭행 치료를 위해 베이징의 병원을 찾았을 때도 하루 숙박비 50위안(약 9000원) 수준의 저가 숙소에 머물러야 했고, 7000위안(약 158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100위안도 안 되는 티셔츠를 입고 살았지만 남편은 늘 명품 옷을 입고 피부 시술까지 받았다"며 "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나 자신이 안쓰럽다"고 했다.
결국 딸이 어머니와 자신이 겪은 가정폭력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왕 씨는 올해 초 충칭시 융촨구 여성연합회에 가정폭력을 신고했고, 법원은 신변 보호명령을 발부했다. 이후 법원은 허 씨에게 고의 상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과 함께 손해배상 명령을 내렸다. 구체적인 형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왕 씨가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