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지원 전투기 ⅓ 축소, 항공모함 1척 재배치...유럽서 발빼는 미국

정혜인 기자
2026.06.12 16:07

NYT "美, 이달 초 유럽 동맹에 전투기·군함 축소 계획 전달"
F-16·F-15E 150대→100대·해상 초계기 26대→15대
공중급유기 8대 모두 철수, 해군 전력·폭격기 기동부대 재배치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지원해 온 전투기와 군함 수를 대폭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유럽 동맹국에 대한 안보 지원을 축소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단 평가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초 나토 동맹국에 미군 전투기, 군함 등 유럽에 배치된 미군 전력 축소 계획을 서면으로 전달했다"며 "미국의 이번 결정은 나토의 장거리 타격 및 감시 능력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유럽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동맹국에 전달한 문서에는 미국이 유럽 방위를 위해 배정한 F-16과 F-15E 전투기를 기존 150대에서 100대로 3분의1가량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해상 초계기는 26대에서 15대로 줄이고, 유럽에 배치했던 공중급유기 8대는 모두 철수한다고 통보했다. 아울러 미사일 발사 잠수함 1척과 항공모함 1척, 항모 전단에 소속된 여러 군함과 항공기 수십 대 등 핵심 해군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유럽 방어 임무에 배정됐던 폭격기 기동부대 2개 중 하나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NYT 보도 관련 구체적인 나토 지원 축소 규모에 대한 논평은 거부한 채 지난주 미 유럽사령부가 발표한 성명으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한다.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국 유럽사령부 사령관 겸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나토 동맹국에 군용기와 군함 등 미군 군사자산 감축 방침과 전력 공백에 대한 유럽의 자체 보완을 통보한 바 있다.

미국 전투기 F-16 /로이터=뉴스1

NYT "미국의 이번 문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 대한 방위 지원을 어느 정도까지 줄이려 하는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미국 관리들은 (미국의 지원) 감축이 매우 이른 시일 내에 시행될 것으로 본다. 이는 유럽이 예상한 일정보다 훨씬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나토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의 나토 지원 축소를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유럽 내 미군 전략 감축은 나토의 대(對)러시아 억제력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거란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연합안보연구소(EUISS)의 주세페 스파타포라는 "미국의 전력 감축은 개별적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는 상당한 태세 변화"라며 "전반적인 유럽 억지력 준비 태세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방위 전력 축소에 대응해 자체 군비 증강 등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영국은 국방 예산 부족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12일 국방장관이 사임했다. 독일은 프랑스·스페인과 함께 추진하던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해 유럽의 국방 협력에 균열이 생겼다.

유럽 일각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군사 자산 규모보다 '신뢰'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안톤 호프라이터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자 녹색당 대표는 "나토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실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을 도울 거란 믿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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