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14일 인구상한제 국민투표…찬반 팽팽

윤세미 기자
2026.06.13 06:30
/AFPBBNews=뉴스1

인구 910만명의 스위스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총인구를 최대 1000만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 우파 정당이 발의한 이 안건에 대해 연방 정부와 경제계는 강력한 반대를 호소하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에선 부결 여론이 소폭 우위지만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국민투표를 주도한 것은 스위스 제1당이자 우파 성향인 스위스국민당(SVP)이다. 국민당은 "급격한 인구 증가가 인프라를 압박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주거비 부담을 폭증시키고 있다"며 2050년까지 인구를 1000만명 미만으로 묶어두는 '인구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는 법안 발의에 필요한 10만명 이상의 서명이 모이면서 성사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위스 정부는 인구가 950만명을 넘어설 때부터 난민 신청 제한, 가족 재결합 요건 강화 등 인구 억제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만약 총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경우 유럽연합(EU)와 체결한 '인적 이동의 자유 협정'을 포함해 인구 증가를 유발하는 국제 협정을 종료해야 한다.

스위스 인구는 수십 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약 912만명에 달했다. 정부는 현재 추세라면 오는 2031년에 인구가 9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위스는 높은 임금 수준 덕분에 독일, 이탈리아 등 인접국에서 유입되는 노동자가 많으며, 전체 거주자 중 외국 국적자의 비중이 약 30%에 이른다.

상한제 찬성 측은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교통 체증이 심화되는 등 사회기반시설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당 지지층뿐 아니라 농지 부족을 우려하는 일부 농민 단체도 찬성 입장이다.

반면 연방정부와 경제계는 이민이 차단되면 노동력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EU와의 인적 이동의 자유 협정이 종료될 경우 국경 통제 완화 조치인 솅겐 조약과 난민 관리 체계인 더블린 조약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위스 최대 경제단체인 에코노미스위스의 루돌프 민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상한제는 복잡한 구조적 문제를 인위적인 숫자 제한으로 해결하려는 포퓰리즘적 접근"이라고 비판하며 "이 정책은 손쉬운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착각을 줄 뿐 본질적인 주택 부족이나 교통 혼잡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이민 정서 확산과 규제 강화는 현재 유럽 전역을 관통하는 흐름이다. 극일은 극우 정당의 부상 속에 치안 강화를 이유로 난민 신청 기각자의 강제 송환을 본격화했으며, 영국은 영주권 취득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프랑스 역시 장기 체류 외국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프랑스어 능력과 사회·역사 시험 통과를 의무화하는 이민법을 시행 중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