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수출통제에 놀란 G7 "파트너국가에 우선접근권" 제안

백소희 기자
2026.06.17 10:23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로고. /사진=(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관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Trusted partner)' 제도를 제안했다. 미국 동맹국들에게 최신 AI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미국이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인 '미토스5·페이블5'에 외국인 접근을 전면 차단하면서 미국과 가까운 유럽 국가들조차 반발하는 상황이다. '파트너 국가' 제안은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 맞서 서방이 안보 체계를 구축하자는 시도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기간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유럽 외교관들과 해당 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관련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주요 테크 기업 대표들은 오는 17일 G7 정상과 오찬 회동에 참석해 AI의 안전한 활용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논의는 미국과 AI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은 "AI 모델 접근성을 확대하는 협정이 체결되면 G7 국가들은 해당 모델을 활용해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맞서 더욱 강력한 사이버 보안 방어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앤트로픽에 최첨단 AI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일시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러트닉 장관은 앤트로픽에 보낸 서한에서 "적국의 군사 정보 수집에 사용될 수 있는 민간 기술에 대해 정부가 수출 통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법률을 근거로 한다"고 언급했다. 앤트로픽이 미토스에 대한 접근권을 일부 유럽 기관과 기업으로 확대한 지 며칠 만이었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동맹국을 겨냥하자 유럽은 일제히 우려 목소리를 키웠다. 헤나 비르쿠넨 유럽연합(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은 "워싱턴은 EU 같은 동맹국들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를 멈춰야 한다"며 "미국이 어떤 안보 우려를 갖고 있는지, 그 위험을 완화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AI 패권을 과시하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소속된 미국 SW정보산업협회(SIIA)는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결정이 '전례없는 조치'라며 "AI 기술의 전 세계적인 확대 노력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각국 정상들은 이번 사태를 자국 AI 역량을 키울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AI 역량을 다변화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AI 수출통제를 홍보 기회로 삼는 사례도 나왔다. 중국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사 즈푸AI는 지난 15일 자사 최신 모델 'GLM-5.2'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과학은 국경이 없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 기업 주가는 이날 오전 거래에서 최대 48%까지 급등해 162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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