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다음은 구리'…미중 공급망 경쟁 '전선' 확대되나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6.24 14:51
(로이터=뉴스1) = 2015년 9월 19일 인도네시아 파푸아 동부 지역 티미카 인근 PT 프리포트(PTFI)의 그라스버그 구리·금 광산 복합단지 노천광에서 트럭들이 작업하고 있다. 2015.09.19. ⓒ 로이터=뉴스1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선이 구리 정련으로 확대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글로벌 구리 정련 물량을 장악한 중국을 겨냥해 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단 것. 하지만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국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구리 사용량이 큰 산업의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오는 30일까지 백악관에 구리 시장 관련 최신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자국 구리 산업 부흥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보고서엔 정련 구리 수입에 대한 신규 관세 평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해에도 2027년부터 15%, 2028년부터 30%의 정련 구리 관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관세가 승인될 경우 오는 8월부터 적용될 반가공 구리 제품 및 구리 다소비 파생 제품에 대한 50% 관세에 정련 구리 관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2월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단일 해외 생산국이 전 세계 구리 제련 능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정련 시설 5곳 중 4곳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구리 수입 조사 개시의 배경이 됐다. 당시 백악관은 직접적으로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국가는 사실상 중국뿐이었다.

량옌 미국 윌라멧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2025년 미국 구리 수입의 약 20%를 차지했지만 세계 구리 정련·제련 능력의 52%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2000년 이후 전 세계 신규 제련 능력 증가분의 약 75%가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량 교수는 "관세의 목적은 정련 구리와 구리 집약적 제품 수입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를 지탱하는 서버·전력·냉각 시스템과 전기차 배터리, 첨단 무기의 핵심 원자재란 점이 미국이 구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100년전 세계최강 미국, 공급망 재확보 안간힘

100년 전만 해도 미국은 글로벌 구리 산업의 중심지였다. 미시간, 애리조나, 유타의 구리 광산은 산업화와 전력화, 전시 생산체제를 뒷받침했다. 미국의 제련·정련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동 중인 구리 제련소는 16곳에서 이제 2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반면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장악력을 끌어올렸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적극 투자하고 국내 정련·제련 능력을 늘리며 세계 최대 정련 구리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구리 광산 중 하나인 페루 라스밤바스의 지분을 확보했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카모아-카쿨라 구리 광산개발 프로젝트의 지분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우위는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중국증권의 6월 추산에 따르면 중국 구리 소비의 44%는 전력 인프라, 15%는 운송, 13%는 가전제품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기계·전자·건설 부문이다. 중국은 2016년 국가 광물자원 계획에서 구리를 전략 자원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2025년 구리를 전략 광물 목록에 포함했다.

[휴스턴( 미국 텍사스주)= AP/뉴시스] 휴스턴 지역에 설치된 송전탑.

AI 데이터 센터 확산 등으로 글로벌 구리 공급 부족 국면에 본격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점도 미국으로선 부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3월 보고서에서 2035년 글로벌 구리 시장이 최대 30%의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구리가 희토류처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할 강력한 무기가 되긴 어렵단 관측도 나온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의 로건 퀸 연구원은 "희토류 공급망과 달리 구리 공급망은 여러 국가에 분산돼 있다"며 "정련 구리는 글로벌 거래 상품으로 가격만 맞으면 공급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전력망 등 구리 다소비 산업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퀸 연구원은 "미국은 향후 최소 5~10년간 정련 구리 순수입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구리에 대한 관세는 사실상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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