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6년 만에 원유 가격 대폭 인하…"추가 인하 가능성"

김종훈 기자
2026.07.07 17:40

사우디 국영 아람코, 아랍 라이트 8월 인도분부터 배럴당 11달러 인하…"호르무즈 정상화 과정"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로고./로이터=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시장 주력 유종인 아랍 라이트(경질유)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표한 가격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람코는 8월 인도분 기준 아랍 라이트 공식 판매 가격을 배럴당 11달러 인하한다. 오만·아랍에미리트(UAE) 쪽 가격보다 1.5달러 싸게 판매될 전망이다.

아람코가 아랍 라이트 원유 할인을 발표한 것은 중동이 미국 셰일가스를 겨냥해 시작한 2015년 유가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 두 번 뿐이었다. 매체는 배럴당 11달러 인하 조치는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가격 인하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가격 인하는 미국과 이란의 잠정적 종전 합의 이후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로 인해 산유국들이 가격 인하를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이후 원유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 조정 압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이란 전쟁 기간 중국이 실시한 원유 수입량 조절 조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갑작스러운 원유 공급 과잉이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가격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컸음에도 아시아 지역 원유 구매업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가격이 다른 지역 산유국들보다 비싸다고 지적하다"며 "향후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아랍 라이트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시가 기준 전날 배럴당 75.66달러를 기록했다. 아랍 라이트처럼 경질유인 UAE 머반유는 배럴당 66달러 선이다.

에너지 시장 자문 기업 르네상스에너지 어드바이저의 아흐메드 메흐디 애널리스트는 "이번 아랍 라이트 가격 인하는 공급 과잉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과정의 일환"이라며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2015년 유가전쟁과 같은 출혈 경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메흐디 애널리스트는 "중국 수요를 다시 일으키려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OPEC+ 소속 7개국(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은 전날 화상회의를 통해 내달 생산 할당량을 전월 대비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7개국은 성명에서 "원유시장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에 따라 2023년 4월 발표한 추가 자발적 감산물량 중 하루 18만8000배럴 규모를 생산(할당량)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며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추가 감산축소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 자금을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AI(인공지능) 개발, 데이터센터 건립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사우디의 네옴시티 사업이 대표 사례다. 증산 결정이 원유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다면 중동의 수익 구조 다변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UAE의 OPEC 탈퇴도 원유 시장의 중요 변수다. 지난 4월 UAE는 OPEC의 할당량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원유를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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