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선동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독일의 극우 인사가 복역을 앞두고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했지만 결국 남성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독일의 성별자기결정법을 둘러싼 제도 악용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독일 공영방송 타게스샤우 등 외신에 따르면 작센주 법무부는 체코에서 송환된 극우 운동가 마를라 스벤야 리비히를 자이트하인 남성교도소에 수감했다.
리비히는 독일 연방경찰에 인계된 뒤 여성교도소로 먼저 이송됐지만, 교도소 측은 여러 사정을 검토한 끝에 수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남성교도소로 이감했다. 법무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리비히는 2023년 남성 신분이던 '스벤'이라는 이름으로 증오 선동과 명예훼손, 모욕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성소수자 축제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등 극우 활동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후 독일 성별자기결정법 시행에 맞춰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하고 이름도 마를라 스벤야로 바꿨다. 그러나 복역을 앞두고 체코로 도주했다가 지난 4월 현지에서 체포됐고, 체코 법원의 송환 결정에 따라 독일로 넘겨졌다.
리비히는 독일 남성교도소에 수감되면 생명이 위험하다며 송환에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체코에서도 남성 수감자가 대부분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독일 성별자기결정법을 둘러싼 논란에도 다시 불을 지폈다. 이 법은 법원 허가나 정신감정 없이 등기소 신고만으로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온 리비히가 복역 직전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자, 여성교도소 수감을 노린 제도 악용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일부 주 정부는 법 남용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별도 심사가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을 연방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성별자기결정법 시행 이후 올해 3월까지 법적 성별을 변경한 사람은 2만8364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