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뭘 알아"…해임됐던 젊은 '드론의 신', 우크라 뒤집어놨다 [글로벌키맨]

윤세미 기자
2026.07.22 13:30

[글로벌키맨]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

(키이우 로이터=뉴스1)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 시절 의회연설. 2026. 01. 1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키이우 로이터=뉴스1) 양은하 기자

디지털 전문가 출신의 30대 전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군 권력 지형을 뒤흔들었다. 주인공은 드론과 데이터 중심의 군 개혁을 이끌며 '드론전 혁신의 상징'으로 떠오른 미하일로 페도로우(35)다.

페도로우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60)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의 갈등 끝에 국방장관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됐다. 그러나 그의 해임에 반발한 시민과 장병들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고, 리더십 위기에 몰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국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해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軍경력 없는 30대, '꼰대'에 맞서다

올해 1월 전쟁 중인 국가의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페도로우의 등장은 파격 그 자체였다. 그는 전통적인 군 경력이 전혀 없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출신으로 젤렌스키 대선 캠프의 디지털 전략을 이끌고 디지털전환부 장관을 지냈다.

국방장관 취임 후 그가 주목한 것은 '물량'이 아닌 '기술'이었다. 병력과 장비에서 러시아에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버티려면 드론과 무인체계를 활용한 새로운 전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곧바로 드론과 로봇, 데이터 기반 작전 체계를 확대하고 고질적인 군 조달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개혁에 착수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장거리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본토의 군수시설과 물류망을 타격하며 수세에 몰려 있던 전황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순식간에 국민적 지지를 받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AFPBBNews=뉴스1

"네가 뭘 알아"…백전노장 총사령관과 갈등

군 경험이 없는 민간 출신 장관이 드론과 데이터 중심의 개혁을 밀어붙이자 전통적 지휘 체계를 중시하는 군 수뇌부와의 긴장은 커졌다.

페도로우의 대척점에는 2022년 침공 초기 키이우 방어전과 하르키우 반격 작전을 이끈 백전노장,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있었다. 그는 전쟁의 핵심 지휘관이었지만, 바흐무트 전투 등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한 작전 탓에 일부 병사들 사이에서 '도살자'라는 비판을 받던 인물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격화되자 시르스키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과 페도로우 중 한 명을 선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상황에서 군 최고 지휘관 교체가 초래할 혼란을 고려, 시르스키를 유임하는 쪽을 택했다. 페도로우를 사임시킨 배경이다.

페도로우 잘리자 시위 확산…젤렌스키 리더십 흔들

하지만 페도로우의 퇴진은 예상치 못한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페도로우는 "군 고위 지휘부가 데이터 기반의 접근법을 거부하고 군 현대화 노력을 가로막았으며, 정치적 암투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그의 해임에 항의하고 군 개혁 지속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현역 군인과 참전용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젤렌스키의 리더십도 흔들렸다. 시위대의 압박에 직면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국 시르스키를 전격 해임하며 성난 여론을 달래기에 이르렀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 해임에 항의하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AFPBBNews=뉴스1

시르스키의 후임으론 미하일로 드라파티(43)가 임명됐다. 육군사령관과 합동군사령관을 지낸 드라파티는 페도로우가 추진한 드론 프로그램과 군 현대화 개혁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략 변화와 함께 군 지휘부의 세대교체에 나서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시선은 페도로우가 화려하게 복귀할지에 쏠리고 있다. 페도로우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총사령관 해임) 인사는 신선한 변화이자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원천"이라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변화의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려면 전쟁을 끝낼 명확한 비전과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 그리고 전장을 로봇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향후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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